한미반도체, AI 패키징용 FC본더 75 첫 출하

한미반도체가 차세대 AI 반도체 패키징 장비 'FC 본더 75'의 첫 번째 고객사 출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FC 본더(Flip Chip Bonder)는 반도체 칩을 기판에 뒤집어 접합하는 플립칩 본딩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로, AI 가속기와 고성능 컴퓨팅 패키지 제조에 필수적이다.
FC 본더 75는 2.5D 패키징 구조를 타깃으로 설계된 모델이다. 2.5D 패키징은 여러 개의 칩을 실리콘 인터포저나 유리기판 위에 나란히 배치하고 고속 인터커넥트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H100·B200 등 최신 AI 가속기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기존에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 공정에 특화된 TC 본더(열압착 본더) 장비로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해왔다. 이번 FC 본더 75 출하는 HBM에서 AI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첨단 패키징 장비 시장은 2025년 약 80억 달러에서 2030년 1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반도체 수요 폭증이 패키징 공정의 중요성을 높이면서, 관련 장비 업체들의 수주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FC 본더 75는 기존 HBM 공정 노하우를 AI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에 접목한 제품"이라며 "정밀 접합 정확도와 처리 속도에서 경쟁 대비 우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첫 출하 고객사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주요 OSAT(외주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업체로 알려졌다.
2.5D 패키징 시장에서는 TSMC의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가 현재 지배적 플랫폼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도 유사한 2.5D·3D 패키징 기술을 개발·양산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하는 장비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경쟁 장비 업체로는 일본의 신카와, 토레이엔지니어링, 미국의 쿨리케 앤 소파 등이 있다. 한미반도체는 TC 본더 분야에서 쌓은 초정밀 열압착 기술과 비전 정렬 시스템을 FC 본더에도 적용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패키징 생태계 측면에서 이번 출하는 의미가 크다. TSMC CoWoS 독점에 대응해 삼성전자의 I-Cube, SK하이닉스의 HBM4 기반 패키지 등이 양산 채비를 갖추면서, 이를 위한 국산 장비 공급망 완결성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패키징의 비중이 칩 설계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미세화 한계에 따라 성능 향상의 무게중심이 단일 칩에서 멀티칩 패키징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본딩 장비의 정밀도와 처리 효율이 전체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2026년 상반기 기준 TC 본더 누적 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FC 본더 75가 추가 양산 라인에 채택될 경우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매출원이 될 수 있다는 시장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관점에서 미국과 일본 정부가 첨단 패키징 기술을 전략 자산으로 분류하고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CHIPS법 자금의 일부가 패키징 시설 구축에 배정되었으며, 일본도 라피더스와 연계한 패키징 생태계 육성을 추진 중이다.
향후 시장 전망과 관련, 증권가에서는 AI 서버 투자 사이클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한미반도체의 FC 본더 라인업 확장이 중장기 실적 성장의 핵심 드라이버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FC 본더 75의 첫 출하는 그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