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소부장 특화단지 실증 허브 본격 가동

전라북도가 642억 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프로젝트에서 전북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가 핵심 실증 거점으로 확정됐다. 이 연구소는 입주 기업들이 신규 반도체 소재를 실제 양산 라인에 투입하기 전 공정 적합성을 검증하는 '프리-매스 프로덕션(Pre-MP)' 단계를 지원한다.
특화단지는 전북 익산국가산업단지 및 전주 혁신도시 일대에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 단지를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연구개발(R&D)부터 실증, 양산 전 단계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소부장 생태계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북대 반도체공동연구소는 8인치 웨이퍼 공정 장비와 소재 분석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향후 단지 조성과 연계해 12인치 공정 대응 장비를 추가 확충하고, 기업 위탁 실증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소재 증착·식각·세정 공정 평가부터 전기적 특성 분석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화단지 입주 대상은 반도체 공정용 화학소재(CMP 슬러리, 포토레지스트, 에천트 등), 세정 케미컬, 특수가스, 봉지재 등을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다. 기존에는 이들 기업이 소재 검증을 위해 수도권 팹이나 해외 연구기관을 활용해야 했으나, 단지 내 실증 인프라가 갖춰지면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전북 지역은 반도체 소재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익산에는 반도체 봉지재 및 공정 케미컬 기업들이 집적해 있으며, 전주에는 탄소섬유 등 고기능 소재 기업들이 위치해 있어 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할 여건이 갖춰져 있다.
지역 인력 양성도 특화단지 운영의 핵심 축이다. 전북대는 반도체 소재 특화 학과 신설 및 재직자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전북도는 향후 5년간 전문 인력 500명 이상을 배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산학연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GH(경기주택도시공사)와의 연계도 주목된다. GH는 이천시 반도체 소부장 집적단지 조성과 관련해 전북 특화단지와의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소부장 클러스터 간 협력이 구체화될 경우, 소재-부품-장비의 분산 생산 및 검증 체계가 강화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부장 특화단지 정책을 단순 입지 지원에서 기술 실증·인증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전북 단지는 이러한 정책 전환의 선도 사례가 될 전망이며, 성과에 따라 타 지역 소부장 클러스터 운영 모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고객사 팹에 진입하기 전 신뢰성 데이터를 확보하는 단계'라며 '독립적인 실증 인프라가 갖춰지면 국산 소재의 채택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은 현재 30%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어 개선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전북 소부장 특화단지는 2029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천 소부장 클러스터(18만㎡, 착공 완료)와 함께 국내 소부장 벨트가 충청·전북까지 확장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어, 2030년대 국내 반도체 소재 공급망의 지형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 측면에서는 소부장 클러스터 인근 부지를 보유하거나 입주를 검토 중인 반도체 소재 중소·중견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특히 공정 검증 수요가 많은 CMP 슬러리, 포토레지스트 프리커서, 고순도 케미컬 분야 기업들이 단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