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충북 음성에 몰리브덴 반도체 소재 생산설비 구축

독일 소재 대기업 머크(Merck KGaA)가 충청북도 음성군에 차세대 반도체 소재 몰리브덴(Molybdenum) 관련 생산설비를 구축한다고 동아일보·조선일보가 2026년 10월 22일 보도했다. 머크 측은 '한국 고객 가까이서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몰리브덴은 2nm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텅스텐(W)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금속 배선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텅스텐 대비 전기저항이 낮아 배선 저항을 줄여야 하는 고집적 트랜지스터 구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공정이 1nm대를 향해 축소될수록 배선 저항과 전력 손실은 수율과 성능에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몰리브덴 배선 소재 채택이 GAA(Gate-All-Around) 구조의 차세대 로직 공정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머크는 반도체 소재 사업 부문인 '일렉트로닉스'를 통해 포토레지스트, 공정 가스, 고순도 금속 전구체 등을 공급해 왔다. 몰리브덴 전구체 및 관련 소재를 음성에서 직접 생산함으로써 국내 팹과의 공급망 밀착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국내 반도체 소재 공급망에서 해외 기업의 로컬 생산 거점 확보는 의미 있는 변화다. 지금까지 머크를 비롯한 해외 소재 기업들은 독일·미국·일본 생산 기지에서 한국으로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음성 생산설비가 가동되면 삼성전자 평택·화성 캠퍼스, SK하이닉스 이천·청주 공장으로의 물류 시간이 단축된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소재의 순도 관리와 납기 안정성은 수율에 직결되기 때문에 근거리 공급은 소재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투자 규모와 생산 개시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머크가 한국 내 생산시설 신설을 공식화한 것 자체가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강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소부장 정책 측면에서도 시사점이 크다. 정부는 반도체 핵심 소재의 자국 내 생산 비중 확대를 목표로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이번 머크의 음성 투자는 그 흐름과 부합한다.
글로벌 소재 기업들의 한국 생산 거점 확대 추세는 머크 외에도 이어지고 있다. 바스프는 대만에서 2nm 미만 소재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2026년 10월 22일 보도), 각사가 주요 팹 고객과의 지리적 근접성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 양상이다.
몰리브덴 소재 시장은 현재 일본·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나, 머크의 한국 생산 진입으로 경쟁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소재 기업들은 협력·경쟁 양면에서 기술 역량 제고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향후 2nm 이하 공정이 양산 단계에 진입하는 2027~2028년을 겨냥해, 몰리브덴 전구체 공급망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음성 생산설비의 가동 일정과 공급 계약 동향이 소재 업계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