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로 건설공사 23.4% 급증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건설공사 계약 현황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결과로, 건설 경기 회복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공정 증설 및 신규 팹(Fab·반도체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 내 추가 라인 증설을 진행 중이며, SK하이닉스는 HBM 전용 생산라인 확대를 위해 이천 및 청주 사업장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 중이다.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건설 수주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AWS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한국에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관련 건설 계약이 급증했다. 국내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도 AI 전용 데이터센터 건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1분기 건설공사 계약 증가를 세부 분야별로 살펴보면, 민간 산업시설 부문이 전체 증가폭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클린룸, 전력설비, 냉각 시스템 등 고도의 기술 시설 공사가 포함된 이 부문은 일반 건축 공사 대비 단가가 높아 계약액 기준 증가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 건설업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그간 주택 경기 침체와 공공 발주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온 건설사들이 반도체·데이터센터 특수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 부문, GS건설 등 대형사들은 반도체 팹 건설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반도체·AI 인프라 투자가 민간 건설 시장의 뚜렷한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경우 연간 건설공사 계약액이 의미 있는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인허가 절차 간소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도체 팹 건설은 일반 건축물과는 차원이 다른 첨단 기술력을 요구한다. 나노미터(nm) 수준의 미세 공정을 지원하는 초정밀 클린룸 시공, 대용량 전력 공급 시스템, 초순수 용수 설비, 고도의 진동 차단 구조물 등이 복합적으로 구현돼야 한다. 이 때문에 반도체 팹 공사는 통상 일반 건축 공사 대비 3~5배 높은 단가를 형성한다.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도 AI 시대를 맞아 양적·질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수십 배 높은 전력 밀도를 필요로 하는 AI 서버를 수용하기 위해 액침 냉각, 직접 액체 냉각(DLC) 등 신개념 냉각 시스템의 도입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건설 및 기계·전기 설비 공사의 단가를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에서도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및 AI 인프라 투자 계획, 일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 등이 글로벌 반도체·디지털 인프라 건설 붐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 흐름에서 중요한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데이터센터 발주가 향후 3~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AI 기술의 발전과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인해 데이터 처리 인프라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반도체 공급망 자국화 기조 역시 국내 팹 건설을 계속 촉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 측면에서도 반도체·데이터센터 건설 수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건설사는 물론, 클린룸 시스템 전문업체, 전력 인프라 기업, 냉각 솔루션 업체 등 연관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이 분야 수주 잔고가 풍부한 기업들을 중장기 성장주로 분류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