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조 다이아몬드, 반도체 소재 시장 도전장

인조 다이아몬드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기존 보석·연마재 용도를 넘어 첨단 반도체 소재로서의 다이아몬드 활용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중국 기업들은 저렴한 생산 원가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한 뒤, 이를 고부가가치 반도체 소재 시장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인조 다이아몬드는 고온고압(HPHT) 또는 화학기상증착(CVD) 방식으로 제조된다. 중국은 전 세계 공업용 인조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CVD 방식의 고품질 단결정 다이아몬드 생산 기술에서도 급격히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도체 소재로서 다이아몬드는 실리콘(Si)은 물론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보다도 뛰어난 물성을 갖는다. 열전도도가 실리콘의 약 13배, 절연 파괴 전압은 약 30배에 달해 고전력·고온 환경에서 작동하는 파워 반도체나 우주·군사용 반도체의 이상적인 소재로 꼽힌다.
중국의 허난성과 산둥성은 인조 다이아몬드 생산 거점으로, 이 지역을 중심으로 반도체용 고순도 다이아몬드 기판 개발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에서 다이아몬드 반도체를 전략 신소재로 지정하고, 2025년까지 관련 R&D에 30억 위안(약 5,7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 중 중위안다이아몬드(中原钻石)와 스팡다이아몬드(四方钻石) 등이 반도체 등급 다이아몬드 기판 개발에 뛰어들었다. 특히 스팡다이아몬드는 지난해 4인치 CVD 다이아몬드 웨이퍼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스미토모전기, 미국의 II-VI(현 코히런트), 영국의 엘리먼트식스(Element Six, 드비어스 계열) 등이 기술 선도 기업으로 꼽혀왔으나, 중국의 저비용 대량생산 역량이 더해지면 시장 구도가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반도체 소재 전문가는 '다이아몬드 반도체는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거리가 있지만, 중국이 인조 다이아몬드 생산 인프라를 소재 기술로 전환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경고했다. 특히 CVD 장비 국산화와 기판 균일성 향상이 이뤄질 경우 2~3년 내 상업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한국은 다이아몬드 반도체 관련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일부 대학 연구소가 다이아몬드 기반 소자 연구를 진행 중이나, 기업 수준의 투자는 미미한 상황이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선제적 R&D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이아몬드 반도체는 전력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전기차 인버터, AI 데이터센터 전력 관리 모듈, 고출력 레이더 시스템 등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의 고효율 전력 변환 수요와 맞물려 파워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다이아몬드 기판의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반도체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시장 확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 유럽은 다이아몬드 반도체를 전략 핵심 소재로 분류하고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중국의 기술 굴기가 가속화될수록 서방의 기술 차단 조치도 강해질 가능성이 있어, 이 분야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주목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다이아몬드 반도체 소재 관련 국내외 기업들의 R&D 동향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단기 상용화보다는 중장기 기술 선점 경쟁이 핵심이며, 관련 특허와 기판 생산 기술 확보 여부가 향후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