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AI 반도체 소재 허브 선언…삼성전기와 맞손

부산 강서구가 AI 반도체 소재 및 전자부품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상준 강서구청장은 최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지역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향후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했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카메라모듈 등 핵심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부품 제조 단지 중 하나다. 최근에는 AI 반도체용 기판 및 수동소자 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차세대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방문 자리에서 '강서구를 AI 반도체 소재와 전자부품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삼성전기가 강서구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협력사와 소재 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클러스터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서구는 삼성전기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부품 협력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강서구 내에는 삼성전기 협력사를 포함한 전자부품 관련 기업 약 120여 개가 입주해 있으며, 지역 생산액 기준으로 연간 2조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MLCC, 기판, 패키징 소재 등 연관 부품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 서버용 MLCC 시장은 2025년 대비 2027년까지 약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이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20%를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도 강서구의 AI 반도체 소재 허브 구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시는 강서구 내 산업단지 조성 예산 500억 원을 편성하고, 소재·부품 기업의 입주 시 임대료 감면 및 연구개발비 보조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된 반도체 소재 산업 생태계가 부산·경남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한다. 한국전자부품연구원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부산이 AI 반도체 소재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최근 AI 가속기 탑재 서버용 파워인덕터, 고용량 MLCC 등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사업장은 이들 제품의 주요 생산 기지로, 설비 투자 확대와 함께 연구개발 인력도 늘리고 있는 추세다.
강서구의 AI 반도체 소재 산업 육성 계획은 인근 가덕도 신공항 개발과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물류 인프라가 확충되면 소재·부품 수출입 비용이 절감되고,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유리한 조건이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육성 방안으로 강서구는 ▲소재·부품 전문 지원센터 설립 ▲지역 대학과 연계한 반도체 소재 인력 양성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관련 기업 200개사 유치와 고용 1만 명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강서구 내 반도체 소재 관련 연구 인프라가 부족하고, 수도권 대비 우수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클러스터의 성공은 결국 사람과 연구 기반'이라며 '대학·연구소와의 긴밀한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향후 강서구의 AI 반도체 소재 허브 계획이 실현되면, 부산은 조선·항만 중심의 전통 산업도시에서 첨단 소재·부품 산업 도시로 체질 전환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