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400℃ 견디는 초내열 신합금 개발…소재 패권 경쟁 가열

중국 과학자들이 섭씨 2400도에 달하는 극한 고온 환경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신형 내열 합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국제 소재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합금은 항공우주 엔진, 극초음속 미사일, 차세대 발전 터빈 등 극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부품 소재로의 응용이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된 합금은 레늄(Re), 몰리브덴(Mo), 텅스텐(W) 등 희귀 고융점 금속을 정밀하게 배합한 고엔트로피 합금(HEA, High Entropy Alloy) 계열로 알려졌다. 기존 니켈계 초내열합금의 최대 사용 온도인 약 1200도를 크게 뛰어넘어, 이론적으로 극초음속 비행체의 기체 표면 온도에도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두 가지 이상의 원소를 거의 동등한 비율로 섞어 기존 합금보다 뛰어난 기계적 강도, 내산화성, 내열성을 구현하는 차세대 소재 기술이다. 기존 합금 설계가 주원소 하나에 소량의 첨가물을 넣는 방식이라면, 고엔트로피 합금은 여러 주원소를 동시에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개념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이 단순 광물 채굴·공급국을 넘어 고부가가치 소재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텅스텐, 몰리브덴, 레늄 등 주요 희귀 고융점 금속의 세계 최대 매장·생산국으로, 원료 우위를 바탕으로 소재 기술 선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방산·항공우주 소재 업계도 이번 중국의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첨단 항공기 엔진 부품과 가스 터빈 블레이드 등에 쓰이는 초내열합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독자적 소재 개발과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꼽혀 왔다.
국내 소재 전문가는 "레늄이나 텅스텐 같은 원료 접근성이 기술 경쟁력의 전제 조건"이라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려면 핵심광물 확보 전략과 소재 R&D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의 핵심광물 비축 정책에 텅스텐, 몰리브덴 등이 우선 확보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
글로벌 고성능 내열합금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120억 달러로 추산되며, 방산·항공우주 분야의 투자 확대에 따라 연평균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GE에어로스페이스, 영국 롤스로이스, 독일 MTU 등 글로벌 항공 엔진 업체들이 주요 수요처다.
미국 역시 중국의 소재 굴기에 대응해 국방 핵심 소재 내재화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레늄, 텅스텐 등 방산용 희귀 고융점 금속의 국내 조달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 중이며, 동맹국과의 공급망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도 고엔트로피 합금 연구에 투자하고 있으나, 아직 상업 생산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R&D 펀드를 이 분야에 집중 투입해 기술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중국의 발표가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설계 단계와 실제 부품 적용 사이에 가공성, 반복 내구성, 대량 생산 비용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위협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발이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중국이 희귀금속 공급망 장악력과 소재 기술력을 결합해 글로벌 방산·항공우주 소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한국도 소재 기술 주권 확보 차원에서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