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헬륨 수출 금지…반도체 공정 핵심 기체 공급망 비상

중국 당국이 반도체 제조 공정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핵심 희귀기체 헬륨의 수출을 즉시 금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별도의 유예 기간 없이 발표 당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관련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세정, 광섬유 제조, 극저온 냉각 시스템 등 첨단 제조 공정에서 대체 불가한 역할을 한다. 특히 최신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내부 환경 유지에 헬륨이 필수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공급이 끊길 경우 파운드리·메모리 공장의 가동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 헬륨 생산량은 미국·카타르·러시아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중국은 헬륨 재판매 및 정제 분야에서 아시아 공급망의 핵심 중계 역할을 해왔다. 중국을 경유하는 헬륨 물량이 동아시아 수요의 상당 비중을 차지해, 이번 수출 금지 조치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 및 소재 기업들은 이번 조치 직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카타르산 헬륨 직도입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공급망 재편을 검토 중이며, 일부 기업은 이미 수개월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헬륨은 질소나 아르곤과 달리 대기 중 포집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체 기체도 없어 단기 공급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재고 소진 이전에 대체 조달 경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일부 공정 라인의 가동 중단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번 수출 금지는 중국이 2023년부터 시행해온 전략 광물·소재 수출통제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갈륨·게르마늄(2023년), 흑연(2023년 말), 희토류 자석(2024년) 등에 이어 이번 헬륨까지 통제 대상이 확대되며 반도체 공급망 전반을 겨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헬륨 현물 가격은 발표 직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헬륨 스팟 가격이 단기적으로 20~3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장기 공급 계약 체결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정부는 즉각적인 우려 성명을 발표하고 자국 내 헬륨 생산 확대 방안을 긴급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 에너지부는 연방 헬륨 비축분 방출 가능성을 언급하며 동맹국과의 공급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를 소집해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 중이다. 정부는 헬륨 확보를 위한 자원 외교 강화와 함께 카타르·미국 등 기존 주요 공급국과의 장기 계약 물량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반도체 공정 소재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더욱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재 분야 한 전문가는 '헬륨은 대체재가 없는 소재인 만큼, 공급 다각화 외에 소비 효율화 기술 개발에도 병행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시장에서는 헬륨 회수·재활용 시스템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과 신규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헬륨 회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내부 순환 시스템 도입이 단기 대응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