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앤티씨, 김천에 3470억 TGV 유리기판 공장 신설

제이앤티씨가 경상북도 김천시 산업단지에 3470억 원 규모의 신규 유리기판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21일 공시했다. 이번 투자는 AI(인공지능)와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 수요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 금액은 자기자본의 140.08%에 해당하는 대규모 결단이다.
신규 공장은 김천시 산업단지 내 약 3만 평 부지에 들어서며 토지 매입, 건물 신축, 설비·기계장치 일체를 포함한다. 투자 재원은 회사 보유 자금과 외부 조달을 병행할 예정이며, 투자 기간은 2027년 1월부터 2030년 6월까지 약 3년 반에 걸쳐 진행된다.
이번 투자의 핵심 제품은 TGV(Through Glass Via), 즉 유리관통전극 기술을 적용한 유리기판이다. TGV는 유리 기판 내부에 수직 관통 구멍을 뚫고 전도성 소재로 채워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나 유기기판 대비 신호 손실이 적고 열팽창 계수가 낮다는 장점을 갖는다.
AI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유리기판은 차세대 인터포저 소재로 급부상 중이다. 인텔, TSMC, 삼성전자가 각각 유리기판 패키징 기술 로드맵을 공개한 가운데, 소재 공급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제이앤티씨의 이번 투자는 이러한 수요처 확보 움직임에 선행한 공급 능력 확충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리기판 시장은 일본의 AGC, 코닝(미국), 쇼트(독일) 등 소수 글로벌 대형 소재사가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이앤티씨 외에도 삼성SDI 자회사, 에프엔에스테크 등이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3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 30억 달러 이상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AI 가속기용 패키징 소재 수요가 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제이앤티씨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단기 수익보다 AI 시대의 차세대 패키징 소재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한 중장기 전략'이라며 '2030년까지 TGV 유리기판 분야에서 글로벌 상위 공급사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국산화 비율을 높여 공급망 안정성도 함께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김천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반도체 소재 산업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 전북 완주에 이어 경북 김천에서도 반도체 소재 대형 투자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외 지역의 소부장 생산 네트워크 구축에 가속이 붙고 있다.
정부 역시 유리기판을 포함한 첨단 반도체 소재 분야를 국가 핵심 소부장으로 지정하고 R&D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 예산에서 유리기판 등 차세대 패키징 소재 기술 개발에 전년 대비 40% 늘어난 예산을 배정한 바 있다.
공장 준공 후 양산이 본격화되는 2030년 이후에는 국내 반도체 패키징 소재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고급 유리기판 소재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어, 국내 생산 능력 확충은 공급망 리스크 저감 차원에서도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투자업계에서는 제이앤티씨의 이번 대규모 투자가 주가 할인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유리기판 시장의 폭발적 성장 전망을 감안하면 중기적으로 기업 가치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요 반도체 팹리스나 파운드리와의 공급 계약 체결 여부가 향후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