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AI로 OLED 소재 개발…연간 수백억 원 비용 절감

LG디스플레이가 인공지능(AI) 기술을 OLED 발광 소재 개발 과정에 접목해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수천 종의 유기 화합물을 실험실에서 일일이 합성·평가해야 했으나, AI 모델이 후보 물질을 사전 선별하면서 실험 횟수가 대폭 줄었다.
OLED 소재 개발은 전통적으로 수년의 연구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작업이다. 발광층(EML)·정공수송층(HTL)·전자수송층(ETL) 등 각 기능성 층에 최적화된 유기 분자를 찾는 과정은 경우의 수가 사실상 무한에 가깝기 때문이다. AI는 분자 구조와 전기광학 특성의 상관관계를 학습해 합성 가치가 높은 후보군을 빠르게 좁혀준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자체 AI 플랫폼과 외부 소재 전문 기업의 머신러닝 솔루션을 병행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대비 소재 후보 검증 기간이 절반 이하로 단축됐으며, 신규 발광 소재의 양산 적용 시점도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 기술은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집중 투자 중인 탠덤(Tandem) OLED 구조에서 특히 효과를 발휘한다. 탠덤 OLED는 두 개 이상의 발광층을 적층해 휘도와 수명을 동시에 높이는 구조로, 층간 전하 연결 소재(CGL)의 최적화가 핵심 과제다. AI 시뮬레이션이 이 병목 구간의 소재 탐색을 가속화하고 있다.
탠덤 구조는 애플 비전 프로에 공급 중인 마이크로 OLED와 차세대 IT용 OLED 패널에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스마트폰·TV 패널로의 확장도 진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의 AI 소재 개발 경쟁력이 실적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디스플레이·BOE 등과의 소재 원가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재 업계 한 관계자는 'AI 기반 소재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후보 물질 탐색에 들이는 인력과 시간을 대폭 줄이면서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어 소재 전문 기업들도 앞다퉈 AI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OLED 소재 공급사인 덕산네오룩스·솔루스첨단소재·이녹스첨단소재 등도 AI 기반 소재 설계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고객사와 공동으로 AI 분자 설계 플랫폼을 개발하는 협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어, 소재 공급사와 패널 제조사 간 협력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소재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MIT와 구글 딥마인드가 공동 개발한 분자 특성 예측 AI 모델, 독일 머크(Merck)의 AI 기반 유기 소재 개발 플랫폼 등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소재 분야 AI 투자는 2025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비용 절감 이상의 의미도 있다. AI가 인간 연구자가 직관적으로 떠올리기 어려운 신규 분자 구조를 제안하면서 기존에 없던 '혁신 소재' 발견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일부 해외 연구팀은 AI가 제안한 분자 구조에서 기존 소재 대비 발광 효율이 30% 이상 향상된 후보 물질을 발굴한 사례를 보고했다.
시장조사기관 DSCC는 AI 소재 개발 도입으로 OLED 패널 제조원가가 2028년까지 10~15% 추가 절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LCD 대비 여전히 높은 OLED 원가 구조를 개선하는 데 기여해, OLED의 중저가 시장 침투 속도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AI 소재 개발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OLED 산업의 기술 혁신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것으로 본다. 향후 5년 내 AI 설계 소재가 전체 OLED 발광 소재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며, 국내 소재 기업들의 AI 내재화 속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