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펄마-도레이 FCCL 결합, 공정위 공청회 임박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모투자(PE) 운용사 어펄마캐피탈(Aphirma Capital)의 도레이첨단소재 연성동박적층판(FCCL) 사업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이르면 2026년 10월 중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어펄마가 이 건을 공정위에 신고한 것은 2025년 6월로, 심사 개시 이후 1년 4개월이 경과한 시점이다.
FCCL(연성동박적층판)은 스마트폰·웨어러블 기기 등 유연 회로기판의 핵심 소재로, 얇고 구부러지는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5G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폴더블 디바이스 시장 성장에 따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소재 분야다.
어펄마는 2025년 4월 SKC로부터 플렉시온(옛 SK넥실리스 FCCL 사업부)을 인수한 데 이어, 도레이첨단소재의 FCCL 사업부까지 합치려 하고 있다. 두 회사가 결합될 경우 국내 FCCL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크게 높아져 시장 지배력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공청회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경쟁사·소비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공정위가 공청회 개최를 검토한다는 것은 심사 결과가 임박했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해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조건부 승인 또는 일부 매각 명령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 FCCL 시장은 도레이첨단소재, SKC(플렉시온), 두산 등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구조다. 어펄마가 두 사업부를 통합할 경우 협상력 집중과 가격 결정력 강화 우려가 제기되며, 국내 스마트폰·전자부품 제조사들의 조달 비용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FCCL 시장에서는 일본 파나소닉, 대만 타이완 롤링 스틸(TRS) 등이 경쟁하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도 저가 제품으로 시장 침투를 확대 중이다. 국내 FCCL 업체들의 규모화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어, 공정위의 판단이 국내 소재 산업 전략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FCCL은 전방 고객사의 제품 경쟁력에 직결되는 소재인 만큼, 독과점 형성으로 인한 공급 안정성 훼손이나 가격 인상이 발생하면 국내 완성품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규모 효율화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에서 관련 시장 획정, 점유율 변화, 경쟁 제한 효과, 효율성 증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FCCL 수요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세트 메이커를 통해 발생하는 만큼, 이들의 의견도 공청회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기업결합 심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분야 M&A에 대한 공정위의 심사 기준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최근 소부장 분야의 M&A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공정위가 어떤 기준으로 승인·불허 또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업계 재편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소부장 투자 흐름과 연계해 보면,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신 소부장 종목으로 외국인·기관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도 관찰된다. FCCL 기업결합 결과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소부장 M&A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청회 개최 후 공정위의 최종 결정까지는 수개월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어펄마캐피탈로서는 조기 결론을 원하겠지만, 공정위의 신중한 심사 기조를 감안하면 연내 확정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업결합 결과에 따라 플렉시온(옛 SK넥실리스 FCCL 사업부)의 향방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