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둥성·韓 손잡고 2조 반도체 소재 프로젝트 착공

중국 광둥성과 한국 기업 간 합작으로 추진되는 2조원 규모의 반도체 소재 생산 프로젝트가 최근 공식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이번 프로젝트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화학 소재 및 특수 가스류를 현지 생산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착공 부지는 광둥성 광저우 인근 첨단산업단지로, 총 부지 면적 약 50만㎡ 규모에 달한다. 초기 투자액만 1조 2천억 원이며 2028년 1단계 완공을 목표로, 이후 추가 투자 2단계 계획까지 포함하면 총 2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력의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자리하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내 반도체 소재 자급률 향상이 국가 전략 과제로 부상했고, 한국의 정밀화학·소재 기술력과 중국의 생산 인프라·내수 시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협력 구도가 형성됐다.
한국 측 참여 기업들은 포토레지스트(감광재), 고순도 세정액, 특수 절연 필름 등 3대 핵심 소재 분야에서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들 소재는 현재 일본 JSR, 신에츠화학 등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시장 확대 여지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한국 소재 기업들에게 중국 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동시에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화학연구원 관계자는 '광둥성은 중국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메카로, 현지 고객사와의 거리를 좁히는 전략적 입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 유출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 소재는 제조 레시피 자체가 핵심 경쟁력인 만큼, 합작 구조에서 핵심 공정 기술이 중국 측으로 이전될 경우 중장기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800억 달러(약 110조 원)로 추정되며, 연평균 7% 내외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반도체 소재 시장은 현지 팹(Fab) 증설 러시에 힘입어 연 1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반도체 소재 자급률을 현재 20%에서 6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광둥성,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에 소재 생산 단지를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내 반도체 소재 업계는 이번 중·한 협력 프로젝트를 두고 기대와 경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일부 중소 소재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기대감을 보이는 반면, 대형 화학사들은 중국 로컬 기업의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착공을 계기로 광둥성 지방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 소재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패키지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법인세 감면, 토지 사용료 우대, R&D 보조금 지원 등을 포함한 인센티브 패키지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번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의 중장기 실적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지 생산으로 물류비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데다, 중국 반도체 고객사들과의 신규 계약 체결도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련 업종 ETF에도 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향후 프로젝트 성패는 중국 내 반도체 경기 회복 속도와 미·중 기술 규제 향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가 강화될 경우 한국 소재 기업들이 간접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기업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