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메탈, 투자 유치 재개…그린스틸 핵심 금속 생산 박차

MIT 스핀오프 기업인 보스턴 메탈(Boston Metal)이 최근 어려운 사업 환경을 극복하고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보도했다. 이 회사는 전기분해(전해제련)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MOE(Molten Oxide Electrolysis)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철강 생산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보스턴 메탈이 개발한 MOE 기술은 기존 고로(高爐) 방식 대신 전기를 이용해 용융 산화물을 전기분해하여 순수한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 공정은 코크스(Coke)나 천연가스 없이도 철강을 생산할 수 있어,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이번 투자 유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보스턴 메탈은 2022년 시리즈B 라운드에서 1억 2천만 달러를 유치한 바 있으며, 브라질 발레(Vale), 현대자동차, BMW 그룹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왔다.
최근 보스턴 메탈은 공동 창업자 겸 CEO의 갑작스러운 사임 등 경영 리스크를 겪으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업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신임 경영진이 기술 상용화 로드맵을 재정비하고, 브라질 현지 파일럿 플랜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면서 투자 신뢰 회복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MOE 기술의 핵심 소재로는 이리듐(Iridium)과 루테늄(Ruthenium) 등 백금족 희귀금속이 사용된다. 이들 금속은 전극 소재로서 내열성과 내식성이 뛰어나지만, 연간 전 세계 생산량이 수 톤에 불과할 정도로 희소하다. 기술 상용화가 본격화될 경우 이들 희귀금속의 수요 급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리듐의 경우 현재 글로벌 생산량의 약 85%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집중돼 있으며, 연간 생산량은 약 7~9톤 수준에 불과하다. 수소 전해조(전기분해 수소 생산 장치), 그린스틸 설비 등 청정에너지 분야의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면서 이리듐 가격은 2020년 대비 세 배 이상 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보스턴 메탈의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글로벌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한다. MIT 재료공학과 교수는 '철강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8%를 차지하는 대형 배출원인데, MOE 기술이 이를 전기로 대체하면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철강 업계도 그린스틸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HyREX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현대제철도 전기로(EAF) 전환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산 체계를 재편 중이다. 국내 희귀금속 수요도 이에 발맞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을 통해 2026년부터 철강 수입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이 많은 전통 제철 방식으로 생산된 철강재에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그린스틸 기술 확보는 철강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글로벌 철강 시장은 연간 약 1조 8천억 달러(약 2,500조 원) 규모로, 탄소 중립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가 수반될 전망이다. 세계철강협회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업계 전반에 걸쳐 약 1조 4천억 달러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그린스틸 관련 희귀금속 공급망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리듐, 루테늄 등을 공급하는 광산·정련 기업들과, 고성능 전극 소재를 제조하는 소재 기업들이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희귀금속 재활용 전문 기업들도 MOE 기술 확산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스턴 메탈은 2026년 말까지 브라질 파일럿 플랜트의 생산 규모를 현재의 세 배로 확대하고, 2030년 상업용 플랜트 가동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기술 상용화의 성공 여부는 전극 수명 연장과 희귀금속 사용량 감소 기술 확보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