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우산, 35조 자산 해외 연기금식 운용 체계로 전환

중소기업중앙회가 35조 원 규모의 노란우산공제 자산운용 체계를 대폭 고도화한다. 기존 단순 채권·주식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네덜란드 APG 등 해외 선진 연기금이 채택한 다각화 운용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의 폐업, 노령, 사망 등에 대비한 공적 안전망 성격의 공제 제도로, 2007년 출범 이후 가입자 수와 자산 규모가 꾸준히 확대됐다. 현재 가입자 수는 약 180만 명, 총 적립금 규모는 35조 원에 달해 중소기업 분야 최대 규모의 공제 기금으로 성장했다.
이번 운용 체계 개편의 핵심은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SAA) 체계 수립이다. 기존에는 국내 채권과 주식 위주의 단순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국내외 인프라, 부동산, 사모펀드(PE), 실물자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대체투자 확대 과정에서 산업재·인프라 자산이 주요 편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도로, 항만, 에너지 인프라,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등 실물 기반 자산은 장기 안정적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특성이 있어 연기금·공제회 자산운용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노란우산의 특성상 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만큼, 단기 시장 변동성에 덜 민감한 인프라·실물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다'며 '해외 연기금 방식의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도 함께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연기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왔다. 캐나다 CPPIB의 경우 전체 자산 중 인프라·실물자산 비중이 30%를 넘으며,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도 최근 들어 비상장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기금의 장기 수익률은 전통 자산 위주 펀드 대비 연 1~2%포인트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이미 대체투자 비중을 전체의 15~2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노란우산의 경우 현재 대체투자 비중은 전체 자산의 5% 미만으로 추산되며, 중기중앙회는 이를 향후 5년 내 15~2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편에는 전문 운용 인력 확충과 외부 위탁 운용사 선정 체계 고도화도 포함된다. 해외 인프라·PE 투자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하고, 위탁 운용사 평가·선정 기준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투자 전문성과 책임 운용 체계를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제회 특성상 과도한 위험 자산 편입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기업·소상공인의 안전망 자금인 만큼 원금 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며, 대체투자 확대 시 철저한 분산 투자와 유동성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재 및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는 노란우산의 투자 참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인프라 시장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35조 원 자산 중 1~2%만 국내 산업재 인프라에 배분되더라도 3,500억~7,000억 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셈이어서,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발전소,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 등 첨단 산업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다. 이들 자산은 장기 임차 계약 구조와 안정적 현금흐름을 갖추고 있어 연기금·공제회 포트폴리오에 적합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중장기 자산배분 전략을 올해 하반기 중 확정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노란우산의 운용 체계 선진화는 공제 가입자들의 급여 안정성 제고와 함께, 국내 산업재·인프라 투자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