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머티리얼즈, 전고체서 반도체 소재로 사업 확장

이차전지 전고체 소재 전문 기업 레이크머티리얼즈가 반도체 소재 시장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의 상용화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는 흐름 속에서, 반도체용 고순도 무기 소재를 신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고체 전해질 소재 합성 과정에서 축적한 고순도 화합물 정제 기술을 반도체 공정 소재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반도체용 소재 연구개발(R&D) 인력을 기존 대비 30% 확대했으며, 올해 하반기 시제품 양산 평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2020년대 초반 2025~2026년 상용화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고체 전해질 계면 저항 문제 해결이 예상보다 어려워 상용화 시점이 2027~2028년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관련 소재 기업들의 단기 매출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레이크머티리얼즈의 반도체 소재 타깃 품목은 반도체 CVD(화학기상증착) 공정용 전구체(Precursor) 소재와 식각 가스용 고순도 무기 화합물로 알려져 있다. 두 품목 모두 일본·독일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국산화 수요가 꾸준히 제기돼 온 영역이다.
전구체 소재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38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로 추정되며, 연평균 9%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AI 서버·데이터센터용 첨단 반도체 수요 증가가 전구체 소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레이크머티리얼즈가 보유한 결정성 무기 화합물 합성 기술은 전고체 소재와 반도체 전구체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품질 인증만 통과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포지션을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반도체 소재 업계에서는 솔브레인·한솔케미칼·SK머티리얼즈 등 기존 강자들이 CVD 전구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다. 레이크머티리얼즈로서는 차별화된 기술 포지션과 고객사 확보가 시장 진입의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레이크머티리얼즈는 국내 주요 반도체 소재 평가 기관과 공동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력사 등록을 위한 사전 평가를 올해 내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사 인증에는 통상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지원하는 정책이 잇달아 시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과제에 연간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레이크머티리얼즈도 관련 과제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대만의 머크 TW, 미국의 엔트레가시스 등이 전고체 소재 기업의 기술을 반도체 소재로 전용하는 시도를 이미 진행 중이다. 소재 합성 기술의 플랫폼화가 업계 전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레이크머티리얼즈의 반도체 소재 피벗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전고체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라는 고성장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밸류에이션 재평가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소재 시장은 고객사 품질 인증에 장시간이 걸리는 구조인 만큼, 실제 매출 기여는 빨라도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레이크머티리얼즈의 이번 전략 전환은 전고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처한 공통적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단일 응용 분야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플랫폼을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는 '소재 플랫폼' 전략이 앞으로 소재 중소기업의 생존 방정식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