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7곳 지정…소재·부품 벤처 자금 숨통

금융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 전문 자금 공급을 담당할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중기특화 증권사)' 7곳을 새로 지정했다. 앞으로 3년간 이들 증권사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포함한 중소·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에 지정된 7개 중기특화 증권사는 중소기업 IPO(기업공개),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벤처 투자 등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기관들이다. 기존 대형 증권사 위주의 자금 시장에서 소외되기 쉬운 소규모 소재·부품 기업들이 보다 원활하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향후 3년간 중소·벤처기업에 공급될 모험자본 규모가 연간 2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소재·이차전지 소재·희귀금속 가공 등 기술 집약적 분야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주요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소부장 분야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R&D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정책금융 기관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민간 자본 유입이 제한적이었던 이유는 기술 검증 전 단계의 불확실성을 감수할 투자 주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는 이 공백을 메우는 역할이 기대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 분야 중소기업들은 장기간의 R&D와 고객사 인증 과정을 버텨야 하는데, 그 기간 자금 조달이 가장 큰 장벽이었다'며 '이번 제도가 실질적인 숨통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기특화 증권사는 기업당 단순 중개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키지 딜' 방식이 도입돼, IPO 전 투자(Pre-IPO), 기술금융, M&A 자문 등을 통합 지원하는 구조다.
글로벌 선진국에서는 이미 기술 기업 특화 투자은행(Technology Investment Bank) 제도가 정착돼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대표적 모델이었으며, 실패 사례에도 불구하고 기술 기업 맞춤형 금융의 필요성은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
이번 지정은 국내 소재·부품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 인프라 정비 차원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 소재 기업 육성을 위한 전용 금융 지원 체계가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됐으며, 이것이 일본 소재 기업들의 글로벌 독점력을 뒷받침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와 함께 소부장 분야 R&D 세액공제 확대, 기술 보증 한도 상향 등의 정책도 병행 추진 중이다. 산업부와 금융위가 공동으로 '소부장 금융-기술 연계 협력 TF'를 운영해 중소기업 지원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순 지정에 그치지 않고 중기특화 증권사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 관련 거래 비중에 따라 세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야 실질적 자금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반도체 소재 국산화 과제를 수행 중인 일부 중소기업은 이번 제도를 통해 기술 개발 후 상용화 단계에서 필요한 시설 투자 자금을 민간 루트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비 투자는 정책금융 의존도가 특히 높았던 분야여서, 민간 자본 유입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중기특화 증권사의 성과는 소부장 생태계 전반의 투자 활성화 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연 1회 실적을 점검해 지정 갱신 여부를 결정하며, 부진한 증권사는 지정을 취소하는 성과 연동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