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코발트 이어 망간 전략 비축 경쟁 불붙었다

리튬, 코발트, 니켈에 이어 망간(Manganese)이 차세대 전략 희귀금속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망간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전략 비축 경쟁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글로벌 공급망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망간은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로 각광받는 LMFP(리튬망간인산철) 배터리와 하이망간 배터리의 핵심 성분이다.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배터리에도 필수적으로 들어가며, 전 세계 망간 수요는 2025년 약 2,100만 톤에서 2030년 3,5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망간 생산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가봉 등에 집중돼 있으며, 중국이 전 세계 망간 정련 물량의 약 93%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중국이 언제든 망간 가공·정련 분야에서 수출 통제를 단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주요국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6년 회계연도 예산에 망간 전략 비축을 위한 자금 5억 달러(약 7,000억 원)를 배정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프레임워크 내에서 동맹국산 망간 확보를 우대하는 조항을 신설해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하는 중이다.
유럽연합(EU)도 핵심원자재법(CRMA)에 따라 2030년까지 역내 망간 정련 능력을 현재의 5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노르웨이 아이언맨 망간, 스웨덴 유럽망간 등 유럽 내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공적 자금 투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은 망간 수입의 약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취약성이 특히 심각하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가봉 등지에서 망간 광권 확보를 추진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장기 망간 공급 계약 체결을 위해 해외 광산 업체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OSCO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망간은 LMFP 배터리 시장이 성장할수록 전략적 중요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소재'라며 '원료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면 배터리 가격 경쟁력은 물론 공급 안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망간 가격은 올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고순도 망간 가격은 2026년 상반기 톤당 평균 4,800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2% 상승했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우려와 전기차 수요 회복 전망이 복합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 최대 망간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 글로벌 자원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호주 남32(South32), 아셈(ASSMANG) 등이 망간 광산 증산에 나서고 있으며, 가봉의 망간 광산을 운영하는 COMILOG도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국내 소재 기업들도 망간 관련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양극재 업체들은 하이망간 양극재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이를 위한 고순도 망간 전구체 확보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망간을 포함한 핵심광물 비축 기간을 현행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을 통해 아프리카·호주 지역 망간 광산 공동 탐사에 대한 국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망간 공급망 확보가 한국 배터리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망간은 코발트보다 매장량이 풍부하지만, 정련 공정이 중국에 집중된 구조가 가장 큰 리스크'라며 '정련 기술 국산화와 해외 광산 지분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 시사점과 관련해, 망간 비축 경쟁 격화는 관련 광산주 및 소재 기업 주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망간 밸류체인에 노출된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을 유망 수혜주로 꼽으며 중장기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