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 AI 내재화로 반도체 소재 경쟁력 강화…공정 혁신 속도

삼양그룹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자사 반도체 소재 사업 전 공정에 내재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삼양은 기존 이온교환수지 및 전자소재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토대로, AI를 활용한 신소재 탐색·품질 예측·공정 최적화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전통 화학·소재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소재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삼양이 AI를 우선 적용한 분야는 신소재 탐색 프로세스다. 기존에는 연구원이 수천 가지 화합물 조합을 수작업으로 테스트해야 했지만, AI 기반 소재 탐색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후보 물질 발굴 기간이 기존 대비 40% 이상 단축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는 KAIST 등 국내 연구기관이 2D 반도체 소재 자동 탐색에 AI를 활용하는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품질 관리 부문에서도 AI 도입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삼양은 반도체 세정 공정에 사용되는 이온교환수지 제품의 불순물 농도를 AI 비전 검사 시스템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불량률을 기존 대비 30%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뒀으며, 주요 반도체 고객사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데 기여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양의 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는 이온교환수지 중심에서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회사는 현재 반도체 공정용 기능성 폴리머, 고순도 화학약품, 포토레지스트용 기초 소재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 중이다. 특히 초순수(UPW) 제조에 필수적인 이온교환수지 분야에서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면서 해외 수출 비중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삼양 관계자는 '단순히 AI 툴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 개발 파이프라인 전체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를 통해 반도체 소재 신제품 출시 주기를 기존의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AI 반도체 패키징 요구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LG화학은 AI·반도체 소재 M&A를 검토하며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고, 후지필름은 반도체 소재 수요가 '매우 강력하다'고 평가하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삼양은 인수합병보다 내부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 전략을 택한 셈으로, 이 두 가지 접근법이 업계에서 동시에 경쟁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은 AI 반도체 수요 폭발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욜 디벨로프먼트에 따르면 AI 반도체용 첨단 소재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80억 달러에서 2030년 320억 달러로 연평균 12%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세정·공정 소재 부문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소재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삼양의 AI 내재화 전략은 중소 소재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들이 AI 기반 소재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면 고객사(반도체 제조사)의 요구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후발 중소기업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도 AI-소재 융합 연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AI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 R&D 과제에 2026년부터 3년간 총 2,000억 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중 반도체 소재 분야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삼양의 접근법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소재 산업 전문가는 '반도체 소재 업계에서 AI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데이터 축적량과 AI 모델의 정밀도가 곧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향후 삼양은 AI 기반 소재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패키징 소재 및 EUV 공정용 특수 화학재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양이 전통적인 범용 화학 기업 이미지를 벗고, 고부가가치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으로 재도약하는 핵심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AI 기술 내재화가 삼양의 중장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지가 관건이다. 신소재 개발 속도 향상과 불량률 감소는 단기적으로도 원가 절감과 직결되며, 고객사 인증 속도 단축은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2027년 이후 삼양의 반도체 소재 부문 매출 비중이 전체의 2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