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전자유리·그래핀으로 AI 소재 허브 도전

경북 구미시가 AI 반도체 소재 시대를 맞아 전자유리와 그래핀 산업 생태계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구미는 대형 전자기업들의 생산 기지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AI 반도체 소재 분야의 차세대 핵심 지역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자유리는 차세대 AI 반도체 패키징에서 기존 유기 기판을 대체할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유리 기판은 열팽창 계수가 낮고 표면이 매우 매끄러워 10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초미세 회로 형성에 유리하다. 구미는 이미 평판 디스플레이 유리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 전자유리 분야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1개 두께로 이루어진 2차원 소재로, 전기 전도성과 기계적 강도가 극도로 뛰어나다. AI 반도체의 발열 문제를 해결할 방열 소재로 유력하게 거론되며, 차세대 인터커넥트 소재로도 활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구미에서는 그래핀 소재 전문 기업 육성을 위한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구미시의 AI 반도체 소재 육성 전략은 기존 전자 산업 기반을 레버리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구미에는 전자부품 관련 중소기업 700여 곳이 집적해 있으며, 숙련된 생산 인력과 전자재료 취급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AI 소재로의 전환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전자유리와 그래핀은 AI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라며 'R&D 센터 설립과 전문 인력 양성, 스타트업 입주 공간 지원 등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소재 기업들의 구미 이전 시 세제 혜택과 임대료 지원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구미의 이 전략이 시의적절하다는 반응이다. 인텔, TSMC,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들이 유리 기판 기반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이를 지원할 국내 전자유리 소재 기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구미가 이 시장을 선점한다면 5~10년 내 국내 전자유리 산업의 본거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미에 소재한 그래핀 관련 기업들은 이미 AI 반도체 방열판 시제품을 개발해 대형 반도체 업체들에 샘플 납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핀 방열 소재는 기존 구리나 알루미늄 소재 대비 열 전도성이 5~10배 높아 AI 칩의 발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자유리와 그래핀 수요는 급증세다. 글로벌 전자유리 기판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그래핀 소재 시장도 AI·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같은 기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세는 구미의 전략적 투자가 장기적으로 큰 과실을 거둘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 측면에서는 경북도와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구미를 국가 첨단소재 특화 클러스터 후보지 중 하나로 선정해 R&D 인프라 투자를 검토 중이다. 경북도도 전자유리, 그래핀, 탄소 복합소재 등 차세대 소재 기업 유치를 위한 별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전자유리와 그래핀 모두 상용화까지 기술적 허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대규모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핵심 관건이다. 특히 그래핀은 대면적 균일 성장과 저비용 전사 기술이 완성되지 않아 아직 틈새 시장 위주로 적용되는 실정이다. 기업 지원과 함께 원천기술 개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구미시는 2027년까지 전자유리·그래핀 관련 기업 30곳 이상 유치, 관련 매출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소재 허브로서의 구미의 도전은 한국 첨단 소재 산업의 지역적 다변화와 생태계 강화라는 측면에서 산업계 전반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