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미국 코어셸에 LFP 양극재 공급…비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

국내 배터리 양극재 전문기업 엘앤에프가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코어셸(Core-Shell)에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번 거래는 음극재부터 양극재까지 중국산 광물과 부품을 완전히 배제한 '非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의 일환으로, 북미 시장에서의 규제 대응력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다.
코어셸은 이번 계약을 통해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완전히 없앤 배터리 공급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정부의 대중 배터리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비중국 공급망 기반의 배터리 시스템은 미국 국방부 및 에너지부 납품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LFP 양극재는 코발트·니켈을 사용하지 않아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낮고 안전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가격 경쟁력도 NMC 계열 대비 20~30% 저렴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상업용 전기차, 방산 분야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엘앤에프는 앞서 삼성SDI와의 공급 계약을 통해 미국의 '해외우려기관(FEOC)' 배터리부품규제(OBBB) 대응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이번 코어셸 계약은 그 연장선상에서 방산 분야의 핵심 규제인 '섹션 2534'(미 국방부 배터리 조달 규정) 충족 여부를 함께 검증하는 성격을 띤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방산 시장은 배터리 소재 원산지를 극도로 엄격하게 관리한다'며 '중국산 소재를 단 1%라도 포함하면 납품 자격이 박탈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엘앤에프의 비중국 LFP 양극재는 이 시장의 희소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LFP 배터리 시장은 2025년 약 720억 달러(약 99조원)에서 2030년 1,800억 달러(약 24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BloombergNEF는 전망했다. 특히 ESS와 방산 분야를 중심으로 非중국 LFP 수요가 연평균 35% 이상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글로벌 LFP 양극재 시장은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이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이러한 구조적 공백을 파고들어 비중국 프리미엄 LFP 시장의 선두 공급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퓨처엠도 LFP 양극재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며, 에코프로비엠 역시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중국 LFP 공급망 구축 경쟁이 국내 양극재 업체들 사이에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함께 배터리 소재의 원산지 규제를 연도별로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양극재 뿐만 아니라 전해질, 분리막 등 배터리 4대 소재 전반에 걸쳐 FEOC 배제 요건이 적용될 예정이다.
엘앤에프의 이번 계약은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미국 방산·에너지 시장에서의 '인증된 공급사' 지위를 확보하는 데 전략적 의미가 있다. 한번 방산 공급사로 등록되면 장기 계약이 이어지는 특성상, 초기 레퍼런스 확보가 시장 선점의 핵심이다.
국내 소재·산업재 업계에서는 LFP 양극재가 기존 NMC 양극재 중심의 사업 구조를 보완하는 '투 트랙 전략'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LFP의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 NMC의 에너지 밀도 우위를 모두 갖춘 포트폴리오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최선의 방어막이라는 평가다.
엘앤에프는 코어셸 외에도 북미 방산 및 에너지 기업들과 추가 공급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2026년 비중국 LFP 양극재 매출 비중을 전체의 1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엘앤에프의 행보는 한국 배터리 소재 산업이 중국 의존 탈피와 미국 규제 선제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방산 분야를 중심으로 한 비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국내 소재 업계의 새로운 성장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