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핵심광물 3중 위기' 경보 발령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핵심광물 공급망이 세 가지 복합 위기에 동시에 직면했다는 경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급 집중화, 주요국의 수출규제 강화, 선제적 투자 부족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의 안정적 수급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 집중 문제가 가장 구조적이다. IEA에 따르면 리튬은 두 나라가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이 70% 이상을 독점한다. 희토류는 중국이 채굴·정련 양 단계에서 60~90%의 점유율을 유지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다.
수출규제 리스크도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이후 갈륨·게르마늄·흑연·안티몬·텅스텐에 이어 최근 헬륨까지 통제 대상을 확대했다. IEA는 이 같은 조치들이 단순 무역 갈등이 아니라 에너지·산업 기반 재편을 겨냥한 전략적 수출통제의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수출허가제는 공급망 전반에 예측 불가능성을 높이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한다.
투자 부족은 장기적으로 가장 심각한 리스크다. 새로운 광산 개발에서 상업 생산까지 평균 16년이 걸리는 특성상 지금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2035~2040년대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 IEA에 따르면 현재 핵심광물 탐사·개발 투자는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대한 시사점도 크다. 한국은 반도체·전기차·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에 필요한 주요 광물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미국 및 남미 3개국 순방에서 AI·반도체·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이 주요 아젠다로 다뤄진 것도 이 같은 절박함의 반영이다.
국내 기업들도 자체 광물 확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리튬·니켈 등 자원 확보를 위한 해외 광산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주요 광물 공급사와의 장기 계약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원·소재 사업이 그룹 실적을 이끄는 효자로 부상하면서 투자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도시광산 활성화도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와 전자폐기물에서 리튬·코발트·니켈을 회수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자원 재활용을 통한 핵심광물 자립도 향상이 실질적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도시광산 핵심광물 회수율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IEA는 위기 극복을 위한 다자협력 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미국·유럽·일본·한국·호주 등 주요 소비국들이 자원 부국과의 투자 협력으로 공동 공급망을 구축하고, 광물 정보 공유와 재고 비축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다. IEA는 국제 핵심광물 공급망 협의체 설립도 새로운 대안으로 제안했다.
글로벌 핵심광물 가격 전망도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30년대 에너지 전환이 본격화되면 리튬·코발트·니켈·구리 등의 수요가 현재의 3~5배에 달할 것으로 시장조사기관들은 전망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전기차·이차전지·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성장 제약이 현실화될 수 있다.
국내 희귀금속 관련 업계는 이번 IEA 경고를 투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핵심광물 국산화 사업과 도시광산 전문기업 M&A 확대 등 민간 차원의 자립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광물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IEA 보고서를 계기로 산학연 공동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으로는 전략비축 확대와 수입 다변화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원 개발 투자와 도시광산 기술 고도화를 병행해야 한다. 첨단 산업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소재 자립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전략이 불가결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