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히드마틴, 美산 핵심광물 직접 조달 나선다
세계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광물 공급망 자립 압박에 호응해 미국산 광물 직접 조달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협상 대상 광물에는 항공기 부품용 합금 제조에 필수적인 스칸듐이 포함돼 있다.
스칸듐은 가볍고 부식에 강한 알루미늄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이며, 전투기·미사일 기체 등 첨단 방산 장비의 핵심 소재다. 현재 글로벌 스칸듐 공급의 상당 부분이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돼 있어,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될 경우 조달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다는 우려가 방산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핵심광물이 포함된 폐기물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자원 패권 경쟁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기조를 굳혔다. 이와 함께 방산·항공 분야 주요 계약업체들에게 조달 공급망 내 중국산 소재 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추도록 사실상 압력을 가해 왔다.
록히드마틴은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 내 광산 개발업체 또는 정제·가공 기업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기업이 원자재 조달 단계부터 직접 개입하는 수직계열화 움직임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흐름'이라며 공급망 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록히드마틴만의 사례가 아니다.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먼 등 주요 방산 업체들도 유사한 방향의 공급망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미 국방부가 북한산 탄탈럼 구매를 공식 금지하는 등 전략광물 조달 규제가 촘촘해지면서 업계 전반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희귀금속 시장 전문 분석기관에 따르면 스칸듐의 연간 글로벌 생산량은 약 20~25톤 수준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이 중 상업적으로 정제·판매되는 물량은 더욱 적어, 수요가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급등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갖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5월 미국 희토류 분리·정제 기업 리엘리먼트와 현지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소재 기업들 역시 방산 공급망 재편 흐름을 새로운 시장 기회로 주목하고 있으며, 미국 현지 파트너십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 소재 업계 관계자는 '록히드마틴처럼 최종 수요자가 직접 광물 조달에 나서는 흐름은 중간 유통 구조를 압박하는 동시에, 원산지 인증이나 추적 시스템을 갖춘 기업에게는 오히려 프리미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디스프로슘·테르븀 등 중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서방 공급망을 흔들었다. 6월에는 일본향 중희토류 수출 허가를 사실상 차단했고, 유럽 자동차 공장들도 생산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이같은 자원 무기화 전략이 미국 방산 업계의 조달 다변화를 더욱 가속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록히드마틴의 움직임이 단순 조달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한다. 방산 기업이 광물 개발 단계에 직접 투자하거나 지분을 취득하는 '전략적 수직통합' 모델로 발전할 경우, 핵심광물 시장의 수급 구조와 가격 결정 메커니즘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내 입장에서는 한-미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프레임이 방산 소재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추진 중이나, 방산 특수 소재 분야에서의 구체적 협력 방안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전망과 관련해 광물 자원 투자 분석가들은 '스칸듐·이트륨 등 소량 생산 희귀금속의 수요가 방산·항공 분야에서 가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관련 생산·정제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록히드마틴의 이번 협상 결과는 글로벌 방산 공급망과 핵심광물 시장 모두에 파급력을 가질 전망이다.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미국 내 희귀금속 개발 투자 촉진, 비중국 정제 인프라 확대로 이어지며 한국 소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