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희토류 수출통제, 유럽 겨냥 압박 본격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외교·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6월 한 달간 일본향 중희토류 수출 허가를 사실상 차단하며 공급망 충격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다.
중국이 통제를 강화하는 주요 대상은 디스프로슘(Dy)과 테르븀(Tb)이다. 이 두 원소는 전기차 구동모터와 풍력발전 터빈, 방산 장비에 들어가는 고성능 영구자석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글로벌 공급의 9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대체 조달처 확보가 매우 어렵다.
중국의 수출 통제는 지난해 4월 희토류 7종에 대한 물량 축소로 시작됐다. 당시 미국·유럽·일본의 자동차 공장 여러 곳이 잇달아 생산을 멈추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통제 범위는 점차 확대됐고, 올해 들어서는 유럽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럽을 향한 경제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관세 분쟁 등 서방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중국이 가진 자원 무기의 실질적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은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오래전부터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호주,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대체 공급원을 개발하고, 도시광산(폐제품 내 희귀금속 회수) 기술에도 투자해 왔다. 그러나 중희토류 분야에서는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아 단기간 내 대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특히 우려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가속 과정에서 고성능 영구자석 수요를 급격히 늘려왔다. 중희토류 공급이 막힐 경우 모터 생산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관련 산업에도 영향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제조사들도 고성능 모터 및 음향 부품용 영구자석에 중희토류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공급망 다변화와 희토류 저감 기술 개발을 병행 추진 중이나,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미국 리엘리먼트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북미 희토류 정제 역량 확보에 나섰다. 국민성장펀드도 핵심광물 공급망 투자를 본격화하며 대안 공급원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희토류만큼은 단기간에 공급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한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최근 핵심광물 공급에 대한 '3중 위기' 경보를 발령하며, 특정 국가 의존도 해소를 위한 국제 공조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중희토류 공급 리스크는 이 경보의 핵심 내용 중 하나로,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계획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됐다.
희토류 가격 동향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상하이금속시장(SMM) 브리핑에 따르면 최근 희토류 산화물 가격이 금속 가격 회복을 견인하고 있으나, 자석 제조업체들의 수요 관망 심리가 강해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영구자석 내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 개발이 근본적 해법으로 거론된다. 희토류 저감형 모터, 희토류 대체 소재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나 상용화까지는 수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의 수출 통제는 단순한 자원 무기화를 넘어 상대국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며, '선제적인 공급망 다변화 투자와 함께 희토류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기술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핵심광물 비축량 확대, 도시광산 활성화, 해외 광산 지분 투자 등 공급망 안보 강화 방안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