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휴전 만료 임박…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로

미국과 중국이 지난 무역협상 과정에서 잠정 합의한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 조치가 만료 시점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첨단 소재 공급망이 다시 한번 극심한 불확실성에 노출될 처지에 놓였다. 외교 전문매체 모던 디플로머시(Modern Diplomacy)는 중국이 이 유예를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약 60%, 정제·가공량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을 넘어 글로벌 첨단산업 전반의 공급망이 중국의 정책 결정에 직결돼 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방산·전기차·풍력발전 등 전략 산업이 모두 희토류 원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예 협의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2025년 미중 무역협상의 일환으로 진행된 고위급 회담이 있다. 당시 양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 수출통제 조치를 일정 기간 완화하기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연장 조건이나 기한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수입국들은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관련 소재 가격이 단기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단순한 무역 압박 수단에서 벗어나 '전략적 외교 레버리지'로 적극 활용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소재 컨설팅 기관 CMI(Critical Materials Institute)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유예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미국 방산·반도체 업계는 3~6개월 내에 직접적인 공급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계도 이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반도체 소재 기업들은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등 경희토류부터 디스프로슘·테르븀 등 중희토류까지 중국산 원료 의존도가 30~70%에 달하는 상황이다. 특히 영구자석용 희토류는 국내 대체 공급망이 사실상 전무해 취약성이 크다.
미국 정부는 국내 희토류 처리 시설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중국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미 에너지부(DOE)가 핵심광물 인력 양성에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광물 탐사에서 정제·가공 역량 확보까지는 최소 5~10년이 소요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중국산 핵심광물 수입이 전년 대비 최대 80% 줄어드는 충격을 경험하며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희토류 광산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서방 우방국들과 공동으로 대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희토류 가격 동향을 보면,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Pr-Nd) 산화물은 연초 대비 보합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홀뮴은 공급 불안 심리가 반영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금속시장(SMM) 기준 중희토류 스팟 가격은 전주 대비 소폭 상승했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희토류 기업들의 생산 할당량 조정과 수출 심사 강화 조치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수출 물량 축소를 넘어 가공 기술과 공급 타이밍까지 통제하려는 구조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관련 업계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전략이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제3국 우회 조달, 재활용 희토류 확대, 희토류 저감 소재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대응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예 만료가 현실화될 경우 단기 충격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제적 재고 확보와 소재 다변화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향후 시장은 미중 협상 재개 여부와 중국의 공식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유예 만료 전후 수 주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희토류 관련 ETF 및 소재 기업 주가도 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