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5社 2Q 영업익 동반 상승…반도체 호황 낙수 가시화

2026년 2분기 국내 반도체 소재 기업들의 실적이 일제히 개선되며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됐다. 조선일보가 집계한 국내 주요 5개 소재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0~1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요인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첨단 공정 소재 발주 급증이다. 2nm급 이하 초미세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식각액, 포토레지스트, 특수 세정제 등의 단가와 물량이 동시에 상승하며 매출 규모 자체가 커진 것이 특징이다.
솔브레인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8% 급증했으며,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팹 공급 확대가 수익성 향상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와이씨켐은 고부가 소재 전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며 21억 원 규모 흑자로 전환에 성공했다. 에스켐은 OLED 공통층 소재 매출이 122% 급증했고, 반도체 소재 부문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소재 업체들은 반도체 경기 상승의 혜택을 1~2분기 후행하며 받았지만, 이제는 칩 업체들과 거의 동시에 실적이 개선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재 공급사들이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수요 예측을 사전에 반영하는 체계가 정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모든 소재 업종이 균등하게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AI 반도체용 기판 소재는 공장 가동률이 사실상 100%에 육박하는 반면, 디스플레이 소재와 일부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수요 정체로 가동률이 낮은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소부장 업계의 구조적 리스크도 병존한다. 중국이 반도체 핵심 원자재의 수출 문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상황에서, 국내 소재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특수 기체 및 금속 원재료의 조달 비용이 연초 대비 20~50%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및 청주 신규 팹에 5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국내 소재 기업들의 중장기 수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소재 수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일본 소부장 기업들과도 전략적 동맹을 맺으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소부장 산업 육성에 5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납품단가 연동제도를 확대하는 등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소부장 '슈퍼 을' 15개사를 5년간 10조 원을 집중 투자해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관점에서는 미국 램리서치(Lam Research)가 5년간 3조 원 이상의 R&D 투자를 발표하며 장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한국 소재 기업들도 기술 고도화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내 입지 확대가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증권가는 소재 5개사의 하반기 실적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2nm 공정 양산이 본격화되는 2026년 하반기~2027년 초에는 고부가 소재 수요가 추가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며, 관련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재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이 한국 소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다. 중국산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동시에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