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로봇 핸드 공장에 1500억 직접투자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를 열고 7개 기업의 총 1조 6100억 원 규모 투자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정했다. 정부 직접 지원 규모는 지분투자와 저리대출을 합쳐 1조 1900억 원이며, 로봇·콘텐츠·첨단소재 등 미래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로봇 분야에서는 원익로보틱스가 최대 수혜자로 부각됐다. 국민성장펀드는 원익로보틱스의 전북 완주 로봇 핸드 생산공장 신축 및 AI 전환(AX) 센터 건립에 1500억 원을 전환우선주(CPS) 인수 방식으로 직접 투자한다. 이는 국민성장펀드가 민간기업 지분에 직접 투자하는 첫 사례 중 하나로, 정부의 로봇 산업 육성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원익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핸드(엔드이펙터) 분야의 국내 대표 기업으로, 반도체 웨이퍼 이송 로봇과 제조 자동화용 그리퍼를 주력 제품으로 한다. 완주 신공장이 완공되면 로봇 핸드 생산능력이 현재 대비 수배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글로벌 자동화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공급 기반이 갖춰진다.
이번 투자 결정의 배경에는 AI 로봇 수요의 급속한 확대가 있다. 테슬라 옵티머스, 피규어AI, 유니트리 등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의 양산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로봇 핸드·액추에이터·센서 등 핵심 부품 공급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도 이 공급망에서 핵심 부품 제조 거점으로 자리 잡으려는 전략적 투자를 추진 중이다.
원익로보틱스 외에도 CJ포디플렉스 등 6개 기업이 이번 국민성장펀드 심의에서 지원을 승인받았다. 정부는 이번 지원을 통해 첨단 제조·콘텐츠·에너지 분야 핵심 기업들의 시설 투자와 기술 개발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 자금이 마중물이 되어 민간 투자도 연이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이번 투자는 단순한 공장 신축을 넘어 소부장 공급망 구축에도 파급 효과가 있다. 로봇 핸드에는 정밀 가공 금속 부품, 고내구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힘·토크 센서 등 다양한 소재와 부품이 사용된다. 완주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주변 소부장 협력사들의 수요도 동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로봇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AI 로봇 시장이 열리는 지금이 국내 부품·소재 기업들이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해외 로봇 OEM에 직납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부품 현지화를 원하는 해외 기업들과의 협력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로봇 부품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CHIPS법을 통해 자동화 관련 인프라 투자를 장려하고 있으며, 일본과 독일도 로봇 산업 육성 펀드를 운영 중이다. 한국의 국민성장펀드 투자는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춘 선제 대응으로 평가된다.
완주 신공장은 단순 생산 시설을 넘어 AI 전환 센터를 함께 건립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AI 기반 품질 검사, 공정 최적화,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 모델을 구현하고, 이를 업계 표준 사례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자동화 공장'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원익로보틱스의 기업가치 상승과 함께 관련 소재·부품 기업들의 동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 핸드용 특수 합금, 감속기용 정밀 베어링, 고강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국민성장펀드 투자 확정 이후 원익로보틱스 주가와 관련 부품주의 동향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사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