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작센, 유럽 반도체 심장으로 부상

독일 작센주가 2026년 9월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SEMICON Taiwan)에서 '실리콘 작센(Silicon Saxony)' 클러스터를 공식 소개하며 유럽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번 참가는 추가 투자 유치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목표로 기획됐다.
실리콘 작센은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럽 최대 규모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산업 집적지다. 반도체 제조·소재·장비·연구기관이 한 지역에 밀집해 있으며, 현재 2,000개 이상의 기업과 연구소가 이 클러스터 안에서 활동 중이다.
결정적 전환점은 대만 TSMC의 드레스덴 팹 건설이었다. TSMC는 인피니언·NXP·보쉬와 합작법인 ESMC를 설립해 드레스덴에 100억 유로 규모의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7년 양산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가 확정된 이후 인근 소부장 기업들의 투자 문의가 급증했다.
작센주 경제부에 따르면 2024년 이후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 유치 규모는 연간 30억 유로를 웃돌고 있다. 특히 웨이퍼 공정용 특수 화학소재, 포토마스크, 고순도 세라믹 부품 분야 기업들의 클러스터 입주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세미콘 타이완에서 실리콘 작센 측 관계자는 "드레스덴은 단순한 제조 거점이 아니라, 소재-장비-설계-패키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풀스택 반도체 생태계"라며 "아시아 공급망과의 보완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대만 기업들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유럽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을 글로벌 시장의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유럽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통해 430억 유로 규모의 공공·민간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실리콘 작센은 이 정책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경쟁 상대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번과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아인트호번은 ASML 본사를 중심으로 리소그래피 장비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더블린은 인텔의 첨단 팹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부장 기업 집적도와 연구 인프라 면에서 드레스덴이 경쟁 우위를 갖는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소부장 업계에도 이 흐름은 직접적인 기회로 다가온다. 실리콘 작센은 포토레지스트·연마재·특수 가스 등 공정 소재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 중이며, 한국 소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파트너십 창구가 열리고 있다. 실제로 일부 국내 기업들은 이미 드레스덴 현지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실리콘 작센의 성장은 공급망 분산을 원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 아시아 외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의미가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차량용·산업용 반도체 수요가 유럽 내에서 급증하면서 현지 조달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실리콘 작센 클러스터 관계자들은 2030년까지 클러스터 내 반도체 관련 고용이 현재의 두 배인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소부장 투자 측면에서는 특히 EUV 공정용 화학소재와 첨단 패키징 부품 분야에서 신규 기업 유입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와 업계도 실리콘 작센의 확장을 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럽 소부장 협력 채널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며, 국내 대형 소재 기업들 역시 유럽 현지 생산거점 확보를 통한 공급망 안정화 전략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