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반도체 소재에 1조 투자 단행

두산그룹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발판 삼아 반도체 소재 분야에 총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AI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반도체 소재 공급망 내재화를 가속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두산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화학 소재와 특수 소재 생산 역량을 확충하는 데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첨단 패키징과 고집적 칩 제조에 필요한 고순도 소재 개발에 역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두산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소재 시장은 AI 가속기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 규모는 2026년 기준 약 750억 달러(약 100조 원)에 달하며, 연평균 6~8%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라며 '1조 원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단계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며, 연구개발(R&D)과 생산 시설 확충에 균형 있게 배분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반도체 소재 업계는 두산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면 중소 소부장 기업들과의 협력 생태계도 두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은 기존 협력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동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첨단 공정 소재의 국산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두산의 투자는 소재 국산화율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율은 평균 50% 수준으로, 핵심 소재 일부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두산은 이미 두산퓨얼셀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소재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번 반도체 소재 투자는 기존 소재 역량을 첨단 반도체 영역으로 확장하는 시도로, 그룹 차원의 사업 다각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해외에서도 소재 기업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미국의 엔트리스 머티리얼즈, 일본의 신에쓰화학 등 글로벌 소재 기업들은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최근 1~2년간 주가가 30~50% 상승했다. 두산의 이번 투자는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춘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소부장 투자 확대를 적극 지원하는 기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와 R&D 보조금 지급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특화단지 지정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투자업계는 두산의 이번 결정이 장기적으로 그룹 밸류에이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소재는 진입장벽이 높고 마진이 안정적인 사업'이라며 '두산이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두산의 반도체 소재 투자는 국내 소부장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소·중견 소재 기업들과의 협력을 촉진하고, 국내 반도체 공급망의 자립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