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전기, 조명 기술로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

금호전기가 일반 조명 사업에서 쌓은 발광 기술과 소재 역량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 활용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형광등과 LED 조명 제품을 통해 수십 년간 발광 소재와 공정 기술을 다져온 금호전기는 이 경쟁력을 마이크로 LED와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금호전기의 핵심 강점은 발광체(형광체) 소재 합성과 코팅 기술이다. 형광체는 전기 에너지를 빛으로 변환하는 소재로, 조명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패널의 색 재현과 밝기를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회사는 오랜 조명 사업을 통해 다양한 파장대의 형광체를 자체 개발·생산하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소재 시장은 OLED와 마이크로 LED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소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OLED 발광 소재 시장은 2026년 기준 22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마이크로 LED 소재 시장도 2030년까지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전기 관계자는 '조명용 형광체와 디스플레이용 발광 소재는 기반 기술이 상당 부분 겹친다'며 '기존 R&D 자산과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면 빠른 시일 내에 디스플레이 소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금호전기는 퀀텀닷(양자점) 소재와 고효율 형광체 기반의 백라이트 유닛(BLU) 소재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퀀텀닷은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결정으로, 색 순도와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패널 기업들은 차세대 발광 소재 공급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어 국내 신규 공급사 발굴에 적극적이다. 금호전기가 품질 검증을 통과할 경우 안정적인 내수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디스플레이 소재 시장은 일본과 독일 업체들의 점유율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특히 OLED 발광층 소재 분야에서는 일본 이데미쓰코산, 독일 메르크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호전기의 시장 진입은 국내 소재 국산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금호전기는 단기적으로는 조명과 디스플레이 소재를 병행하며 리스크를 분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디스플레이 소재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연구인력 확충과 파일럿 생산 라인 구축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조명에서 디스플레이로의 기술 이전은 여러 기업이 시도했지만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며 '금호전기가 차별화된 소재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력 검증이 시장 안착의 관건이라는 뜻이다.
정부의 디스플레이 소재 국산화 지원 정책도 금호전기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산업부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 과제를 추진 중이며, 신규 진입 기업에 대한 R&D 자금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금호전기의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 진출은 전통 조명 기업들이 수요 감소에 직면해 신사업 전환을 모색하는 업계 전반의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형광등 시장의 구조적 축소 속에서 축적된 기술을 고부가가치 분야에 재활용하는 생존 전략으로, 성패 여부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