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 투자 9% 감소…공급 확대 의지 vs 시장 현실 괴리

글로벌 자원 투자 분석 기관 크럭스 인베스터(Crux Investor)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핵심광물 탐사·개발 투자액이 전년 대비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국 정부가 공급망 다변화를 외치는 와중에도 실제 투자 흐름은 역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핵심광물은 반도체·배터리·전력기기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로, 코발트·리튬·망간·희토류 등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전환 가속과 AI 인프라 확충으로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으나, 광산 개발에는 통상 10~15년의 기간과 막대한 초기 비용이 소요되어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
투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본 조달 비용 상승 ▲일부 핵심광물 현물 가격 하락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 강화 ▲중국의 수출통제로 인한 가격 왜곡 등이 꼽힌다. 특히 리튬 가격은 2023년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신규 광산 투자 수익성이 악화됐다.
반면 구리 가격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에너지 전환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구축에 구리 수요가 몰리면서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현물가는 톤당 1만 달러를 재차 돌파했다. 구리 가격 강세가 다른 핵심광물 ETF 투자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럭스 인베스터 수석 분석가는 '정부 보조금과 안보 프레임만으로는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다. 안정적인 구매 보장 계약(오프테이크)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이 병행돼야 실제 공급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각국 정책의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중국은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들은 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지의 핵심광물 자산 인수를 지속하며 글로벌 공급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잠비아 구리, 중앙아시아 희토류에 대한 투자는 2025년 대비 오히려 확대됐다.
한국은 지난해 '희토류특별법'을 추진하고 중앙아 5개국과 핵심광물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등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국내 민간 투자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광물 확보 단계보다는 소재·부품 가공 단계에 강점이 있는 만큼, 원료 확보와 중간재 가공을 연계하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핵심광물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는 2027년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배터리 수요 급증, 반도체 소재 수요 확대, 전력망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반면, 현재의 투자 위축으로 신규 광산 가동은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한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다.
국내 소부장 업계 입장에서는 핵심광물 공급 불안이 직접적인 원가 리스크로 이어진다. 특히 반도체 특화단지와 배터리 클러스터 등 국내 생산 거점 확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원료 조달 불안정은 공급망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현 시점을 '핵심광물 관련 ETF와 우량 광산 기업 저점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단기 가격 변동성이 크고 정책 변수가 많아 개인 투자자보다는 기관 투자자에 적합한 영역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기적으로 핵심광물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면 반도체·배터리 등 하방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 상승 및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소재 재활용(리사이클링) 기술과 대체 소재 개발이 전략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관련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도 증가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