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18만㎡ 소부장 클러스터 착공…2029년 하반기 목표

이천시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문 클러스터를 이천 내 18만 제곱미터(㎡) 부지에 조성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2029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민선 9기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수도권 반도체 공급망의 전략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천은 SK하이닉스 본사와 주요 생산 라인이 위치한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도시다. 소부장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대형 팹(Fab)과 소부장 협력사 간 물리적 거리가 단축되어 납기·품질 대응력이 높아지고, 공동 연구개발(R&D) 협력도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18만㎡는 축구장 약 25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소재·화학품, 정밀부품, 제조장비 등 반도체 전 공정에 걸친 중소·중견 협력사 수십 개사를 입주시킬 수 있는 규모다. 부지 조성 비용은 수천억 원대로 추정되며, GH가 공공 디벨로퍼 역할을 맡아 분양 및 임대 방식으로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전북 반도체 소재·케미컬 특화단지 선정, 경기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전국적으로 소부장 거점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천은 기존 SK하이닉스와의 밀접한 협력 생태계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차세대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메모리 소재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는 위치라는 평가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천 소부장 클러스터는 단순 산업단지가 아니라 소재·공정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개방형 혁신 거점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클러스터 내에는 공동 테스트베드, 분석 장비 공동 이용 시설, 스타트업 입주 공간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자립도는 여전히 낮다. 핵심 소재의 60% 이상, 장비의 8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본·네덜란드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사태 이후 소부장 국산화 정책이 강화됐지만, 첨단 공정에 필요한 소재·장비 국산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반도체 소부장 클러스터 조성에는 민간 투자 유치가 관건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공공 부지 조성 이후 실제 기업 입주와 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클러스터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제 혜택, R&D 보조금, 규제 샌드박스 등 투자 유인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TSMC 공장 주변에 소부장 협력사 집적 단지가 빠르게 형성된 사례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된다. 유럽에서도 ASML이 위치한 아인트호번을 중심으로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가 구축된 것처럼, 팹-소부장 연계 클러스터 모델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이천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의 HBM, DDR5, CXL 메모리 등 차세대 제품 양산과 맞물려 특화 소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한 선제적 인프라 구축이라는 의미도 있다. 특히 HBM용 본딩 소재, 고순도 화학품, 첨단 패키징 소재 등은 국산화 시급성이 높은 분야다.
전문가들은 클러스터 성공을 위해 입주 기업의 기술 수준과 대기업 협력 실적을 기반으로 한 선별 유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 임차 수요보다 기술 개발 역량을 갖춘 강소기업 중심으로 생태계를 꾸려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착공 목표 시점인 2029년 하반기까지는 환경영향평가, 도시계획 변경, 부지 보상 등 행정 절차가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인허가 지연이 반복되는 전례를 감안해 조기 착공과 단계적 개장을 병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