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 가격 3년 새 9배…中 수출통제의 경제학

중국이 갈륨(Ga) 및 게르마늄(Ge)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한 2023년 이후 3년간, 국제 갈륨 가격이 최고 9배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갈륨은 질화갈륨(GaN) 전력 반도체와 화합물 반도체의 필수 원료로, 공급 충격이 첨단 산업 전반에 파급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공급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수출 통제 이전에 kg당 200달러 안팎이었던 갈륨 가격은 통제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현재는 일부 거래에서 kg당 1,700달러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GaN 전력 소자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변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실리콘 기반 소자 대비 전력 손실이 적고, 고주파·고전압 환경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해 데이터센터용 전원공급장치(PSU)와 5G 기지국, 전기차 충전 시스템에 폭넓게 적용된다.
가격 급등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공급망 구조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낸다. 갈륨은 알루미늄 제련 과정의 부산물로 생산되기 때문에, 단기간 내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 능력을 대규모로 늘리는 것이 기술·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최근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해 국가 연구소들에 2,950만 달러(약 4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갈륨·게르마늄·인듐 등 화합물 반도체 소재의 대체 공급원 개발과 재활용 기술 연구가 주요 과제로 포함됐다.
유럽도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갈륨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역내 정제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갈륨 함유 광석 탐사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으나, 상업 생산까지는 5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GaN 소자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며, 원료 갈륨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가격 급등은 국내 GaN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 소재·부품 기업의 원가 부담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전기·LG이노텍 등 국내 대기업들도 GaN 기반 전력 모듈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안정적인 갈륨 조달 체계 구축이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일본·캐나다산 갈륨으로 조달선을 다변화하거나 재활용 갈륨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MM(상하이금속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희토류 가격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프라세오디뮴·네오디뮴(Pr-Nd) 가격은 소폭 반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갈륨은 수출 허가제가 유지되는 한 가격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CFR(외교관계위원회)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통제는 지정학적 협상 카드로 진화하고 있으며, 갈륨 사례는 그 효과를 실증하는 가장 명확한 선례'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에 맞서 공급망 무기화 해제(Dismantling Supply-Chain Weapons)를 위한 다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시장 전망과 관련, 비중국 갈륨 공급이 본격화되기까지의 전환 기간(5~7년)이 최대 리스크 구간으로 지목된다. 이 기간 동안 GaN 소자 제조사들은 소재 재고 확보와 대체 소재(SiC 등) 병행 개발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투자 관점에서 갈륨 가격 급등은 GaN 소재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재활용·대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소재 기업에 중장기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희귀금속 재활용 및 정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