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알콜그룹, 반도체 소재 순환 밸류체인 대전환 선언

한국알콜그룹이 주력 사업이었던 주정(에탄올) 제조에서 벗어나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이 회사는 국내 주정 시장 1위 기업으로, 발효·증류 공정에서 축적한 고순도 에탄올 기술을 반도체 세정·식각 공정 소재로 연계하는 '순환 밸류체인'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에탄올은 반도체 웨이퍼(실리콘 기판) 세정 공정에서 불순물 제거와 표면 처리에 사용되는 핵심 용제다. 반도체 공정용 에탄올은 불순물 농도가 ppb(10억분의 1) 수준 이하여야 해 일반 주류용 에탄올과는 전혀 다른 정제 기술이 요구된다. 한국알콜그룹은 기존 주정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이 같은 초고순도 정제 공정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그룹 측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 부문 매출 비중을 2026년 현재 약 15%에서 2030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고순도 이소프로판올(IPA), 에탄올 기반 세정제, NMP(N-메틸-2-피롤리돈) 대체 용제 등을 주력 제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국산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와 함께 세정용 용제류의 국산화가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한국알콜그룹은 이 흐름에서 비교적 후발주자이지만, 원료 내재화라는 강점을 앞세우고 있다.
순환 밸류체인의 핵심은 '부산물 재활용'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된 세정용 에탄올·IPA를 회수해 정제 후 재공급하는 폐용제 재생 사업도 병행 추진 중이다. 이는 반도체 공장의 환경 규제 대응 비용을 줄여주는 동시에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국내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용제류 수요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설비 증설과 함께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고순도 IPA 시장 규모를 연간 3,000억 원대로 추산하며, 이 중 수입 의존도가 여전히 60~70%에 달한다고 분석한다.
한국알콜그룹 관계자는 "발효·증류 공정에서 70년 넘게 쌓은 고순도 분리·정제 기술이 반도체 소재와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며 "원료 조달부터 폐액 재생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밸류체인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밝혔다.
정부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정책도 이 같은 전환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공정 소재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을 지속 확대 중이며, 2026년 소부장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12%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주류·식품 기업이 산업용 고순도 화학품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의 다이킨공업이 냉매 기술을 반도체 세정액으로 확장한 사례, 독일 머크가 식품 등급 에탄올 인프라를 활용해 전자재료 부문을 키운 사례 등이 벤치마크로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알콜그룹의 이번 전략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기 수익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고객사의 퀄리피케이션(공급 인증) 통과가 관건인데, 통상 1~2년이 소요된다"며 "2028년 이후 실질적 매출 기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수요처 공급 인증 여부다. 인증을 획득하면 안정적 장기 공급 계약이 가능하며,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와 후공정 업체로 고객군을 확장할 수 있다. 소부장 특화단지 입주 가능성도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이종(異種) 산업 간 기술 접목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식품·바이오 기반 기업들이 보유한 정밀 분리·정제 기술이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업계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