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핵심광물 해외투자에 보안심사 신설…공급망 통제 강화

중국 당국이 희토류·갈륨·게르마늄 등 전략 핵심광물 분야의 해외투자에 대해 '보안심사' 절차를 신설하는 새 규제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 수출통제 체계를 보완해 외국 자본의 중국 핵심광물 자산 접근 자체를 제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새 규제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중국 내 핵심광물 채굴·정련·가공 관련 기업에 투자하거나 지분을 취득하려면 사전에 국가 보안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 기준과 기간은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업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강화해 온 핵심광물 수출통제 체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갈륨·게르마늄 수출허가제(2023년 8월), 흑연 수출규제(2023년 12월), 이트륨 통제(2026년 9월)에 이어 이번에는 투자 단계까지 규제망을 확장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SMM(상하이금속시장)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련 처리 능력의 약 85~90%를 보유하고 있으며, 갈륨은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같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중국은 공급망 무기화 전략을 점차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공급망 무기 해체(Dismantling China's Supply-Chain Weapon)'를 주요 의제로 다루며, 서방국이 단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련 단계의 대안 인프라 구축에는 10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소부장 업계에도 파급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특수가스, 고순도 금속 원료, 형광체 소재 등의 원산지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 투자 규제가 강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합작 또는 현지 조달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규제에 대해 '수출통제보다 더 선제적인 봉쇄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수출을 막는 것은 사후 조치지만, 외국 자본의 광물 자산 접근 자체를 차단하면 대체 공급원 개발을 위한 중국 내 파트너십 구축도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이미 핵심광물 공급망에 295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바 있으며, EU도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2030년까지 역내 조달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일본·호주·캐나다도 미국과의 협력 틀 안에서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투자 보안심사 신설은 비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해 중국 내 자원에 접근하려던 서방 기업들의 전략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 일부 서방 기업들은 중국 합작법인을 통해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왔는데, 이 경로가 봉쇄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 정부도 핵심광물 자립도 제고를 위한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추진 중이나, 실질적인 비중국 정련 인프라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재고 확보와 공급처 다변화,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재활용·회수 기술 투자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향후 중국의 핵심광물 규제는 수출→투자→기술이전 전 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소재타임스 독자 기업들은 원료 조달 리스크 재평가와 함께, 국내외 비중국 공급망 파트너십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