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LMR 배터리 양산에 한국 소부장 협력사 낙점…각형 캔·캡 공급망 구축 착수

미국 최대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차세대 전기차용 리튬망간리치(LMR·Lithium Manganese Rich) 각형 배터리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개발 중인 LMR 배터리의 핵심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국내 배터리 부품 전문 업체들을 방문해 현장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LMR 배터리는 양극재 내 망간(Mn) 비율을 대폭 높여 고가 소재인 코발트(Co) 사용량을 줄인 기술이다. 기존 삼원계(NCM·NCA) 배터리보다 원가가 낮으면서도, 리튬인산철(LFP)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장거리 주행이 필요한 픽업트럭·SUV 등 대형 차종에 적합하다. GM이 주력으로 삼는 미국 시장 특성과 맞아떨어지는 선택이다.
이번 실사에서 GM이 집중 평가한 품목은 각형 배터리 셀을 감싸는 금속 캔(CAN)과 캡(CAP)이다. 각형 배터리는 원통형·파우치형과 달리 알루미늄 또는 스틸 소재의 정밀 가공 캔이 필요하다. 캔과 캡의 치수 정밀도와 용접 품질이 셀 안전성과 수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GM은 공급사 선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실사 대상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존 각형 배터리 협력사 가운데 LMR 규격에 대응 가능한 업체들로 압축됐다. 삼성SDI 협력사는 제외됐으며, LGES의 파우치형이 아닌 각형 라인 공급망에 특화된 부품사들이 주요 후보군이다. 국내 배터리 부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형 캔·캡은 원통형보다 진입 장벽이 높아 기존 공급사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GM과 LGES의 LMR 배터리 개발 일정은 2027~2028년 양산 개시를 목표로 알려졌다. GM은 이 배터리를 쉐보레 실버라도 EV, GMC 시에라 EV 등 주요 전기 픽업트럭에 탑재할 계획이다. 북미 픽업트럭 시장은 연간 300만 대 수준으로, 전기차 전환 시 막대한 배터리 수요가 창출된다.
LMR 양극재 자체의 공급망도 주목된다. GM-LGES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는 양극재를 주로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기업으로부터 조달해왔다. LMR용 양극재는 망간 함량을 최적화하는 독자 합성 기술이 필요해,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 등이 GM·LGES와 협력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LMR의 의미가 크다. 코발트는 글로벌 공급의 70%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집중돼 있어 가격 변동성이 크다. 코발트 비율을 낮추는 LMR 채택은 원가 안정성과 공급망 리스크 감소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GM 입장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의 핵심광물 요건 충족에도 유리하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LMR 기술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CATL은 자체 개발한 '프리모 배터리'에 고망간 양극재 기술을 탑재하고 있으며, BYD도 관련 특허를 확보 중이다. GM이 LGES와 손잡고 한국 소부장 공급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IRA 요건도 공급망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IRA는 전기차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 수령을 위해 배터리 핵심 부품의 북미 제조 비율과 핵심광물의 비우려외국기업(non-FEOC) 조달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러시아 등 FEOC 국가산 소재 비율을 줄이면서 북미에 공급 가능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배경이다.
국내 배터리 부품 업계에 이번 GM 실사는 상당한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각형 배터리 캔·캡 전문 기업들은 기존 삼성SDI·LGES의 파우치·원통형 라인에 집중된 수주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 완성차로의 직간접 납품 경로를 열 수 있는 기회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업체가 최종 공급사 선정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LMR 배터리의 상용화가 배터리 소재 시장의 구조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본다. 에너지 밀도·가격·안전성을 두루 갖춘 LMR이 보급되면, 현재 LFP 일변도의 저가 시장과 NCM 중심의 고급 시장 사이에 새로운 중간 세그먼트가 형성된다. 이 틈새를 선점하는 소재·부품 기업이 차세대 전기차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