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핵심광물 개발 경쟁…북아프리카 신흥 거점 부상

북아프리카 지역이 글로벌 희귀금속 공급망의 새로운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DRC) 중심의 단일 공급 구조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모로코·알제리·이집트·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자원 외교의 핵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모로코는 세계 인산염(Phosphate) 매장량의 약 70%를 보유한 자원 강국으로, 최근에는 코발트·망간·바나듐 등의 탐사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국영 광업그룹 OCP는 2025년 기준 연간 매출이 약 1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편입을 위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알제리는 풍부한 리튬 매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탐사 열기가 뜨겁다. 사하라 사막 지하에 상당량의 리튬이 존재한다는 지질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유럽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알제리 정부는 2026년까지 광물 부문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목표를 50억 달러로 설정했다.
이집트는 희토류 원소(REE) 매장지로서의 잠재력이 부각되고 있다. 이집트 지질조사국(EGSMA)에 따르면, 동부 사막 지역에서 세륨·란타넘·네오디뮴 등의 희토류가 발견됐으며, 상업적 채굴 가능성을 평가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중국 외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미국과 EU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국 기업들도 북아프리카 자원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은 모로코·이집트와의 광물 협력 MOU를 체결하고 현지 탐사 파트너십 구축에 나섰다.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라는 정부 목표와 맞물려 민관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은 이미 북아프리카와의 광물 파트너십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글로벌 게이트웨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모로코·이집트 등과 전략적 원자재 협정을 추진 중이다. 독일·프랑스·스페인 기업들이 현지 정련 및 가공 시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북아프리카 광물 개발의 매력은 지리적 접근성에 있다. 유럽과 불과 수백 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해 물류 비용이 낮고, 지중해 항만 인프라를 통한 수출이 용이하다. 이는 호주·남미 등 원거리 공급처 대비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도전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일부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성, 인프라 부족, 복잡한 광업 허가 절차 등이 투자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는 '북아프리카 광물 개발의 잠재력은 크지만, 현지 파트너 선정과 법적 리스크 관리가 선행돼야 장기적인 안정 공급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사회적 측면의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 투자자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광산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꺼리는 추세다. 북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채굴 관련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가격 동향 측면에서, 리튬 가격의 급락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광물 탐사 투자가 2026년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발트는 톤당 3만 달러 선을 회복했고, 망간 가격도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 이는 북아프리카 개발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북아프리카에서 안정적인 광물 공급이 확보되면, 배터리·반도체·방위산업 등 국내 핵심 산업의 소재 조달 리스크가 줄어든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
향후 시장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아프리카가 2030년까지 아프리카 광물 생산의 15~20%를 차지하는 주요 거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탐사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선점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아프리카 자원 외교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북아프리카 주요국과의 핵심광물 협력 협정 체결을 올 하반기 중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민간 기업의 현지 투자를 지원하는 금융 보증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