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소재사, 日 독점 시장 730억 달러 공략 가속

중국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일본이 장악해온 하이테크 소재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포토레지스트(감광제), CMP(화학기계연마) 슬러리, 고순도 식각 가스 등 일본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분야에서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은 약 730억 달러(한화 약 1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 중 일본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에 달한다. JSR, 신에쓰화학, 스미토모화학 등 일본 대형 소재사들이 수십 년간 기술 우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주요 반도체 소재 기업으로는 캐이시아(Caes), 선가오테크(Shengao Tech), 화이위(Huayi), 강후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있으며, 이들 기업들은 최근 3년간 R&D 투자를 평균 2배 이상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급자족' 정책과 맞물려 보조금 지원도 대폭 확대됐다.
특히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ArF(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자급률은 5% 미만이었으나, 2026년 현재 15%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EUV(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도 시제품 수준에서 양산 초기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을 현재 약 20%에서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소재 특별 기금' 약 50억 달러를 조성해 기업 R&D 및 생산설비 투자에 지원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소재 업계는 중국의 추격에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반도체 소재 기업들은 그동안 일본과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양분해왔는데, 중국이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잠식할 경우 마진 압박이 불가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소재는 아직 최첨단 공정 적용에 한계가 있지만, 성숙 공정에서는 이미 가격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한국 및 대만의 첨단 팹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차세대 EUV 소재 및 2나노 이하 공정용 초고순도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JSR은 올해 한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공동 개발 협약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소재 굴기가 단기간에 최첨단 시장을 뒤흔들기는 어렵지만, 중간 기술 영역의 시장 재편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분석한다. 한 반도체 전문 연구기관 연구원은 "2028년경에는 중국산 소재가 성숙 공정 시장의 30~4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는 중국의 소재 자급화를 오히려 가속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외부 공급이 막히면서 중국 기업들의 자체 개발 동기가 강해졌고, 정부 지원과 맞물려 기술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것이다.
한국 소재 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을 포기하고, 삼성·TSMC 등 최첨단 팹에만 공급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전환 중이다. 반면 일부는 중국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중국 소재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8~1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의 급속한 자급화 진행은 기존 일본·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고부가가치 첨단 소재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 위주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소재 굴기는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소재 R&D 투자와 함께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업 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