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광산 재활용 기술, 희귀금속 자원 순환 핵심으로 부상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폐전자제품 속에 잠든 귀금속과 희귀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Urban Mining)' 기술이 글로벌 자원 순환 경제의 핵심 축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천연 광산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현실적 대안으로 각국 정부와 산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도시광산이란 폐전자제품, 산업 폐기물, 폐배터리 등에서 금(Au), 은(Ag), 팔라듐(Pd), 인듐(In), 코발트(Co) 등 유가 금속을 추출·재활용하는 개념이다. 채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드는 일반 광산과 달리, 도시광산은 이미 정제된 금속을 재처리하는 방식이라 에너지 효율이 높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연간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e-waste)은 5,000만 톤을 웃돌며, 이 중 경제적으로 회수 가능한 금속의 가치는 약 570억 달러(약 7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20%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희귀금속 수출 통제와 분쟁 지역 광산 불안정이 맞물리면서, 도시광산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유럽 등이 국내 재활용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과 한국환경공단이 도시광산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국내 도시광산 산업 시장 규모는 약 3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6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기업 중에서는 성일하이텍, 새빗켐, 에코프로CnG 등이 도시광산 기반 희귀금속 회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폐배터리에서 리튬·코발트·니켈을 회수하는 습식 제련 기술을 독자 개발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과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도시광산은 더 이상 환경 처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자원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희귀금속 회수율을 현재 60% 수준에서 2030년까지 8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시행 중인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2030년까지 전략 광물의 역내 재활용 비중을 15% 이상으로 높이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EU 각국은 폐배터리 및 전자폐기물 재활용 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소형 가전 재활용법'을 통해 연간 약 14만 톤의 폐소형가전을 수거해 금·은·팔라듐 등을 회수하고 있다. 일본의 도시광산 보유 금 총량은 약 6,800톤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약 16%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있다.
도시광산 기술의 핵심 과제는 회수 공정의 효율성과 환경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다. 일부 금속 추출 과정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사용되기 때문에, 친환경 습식 제련 기술 개발이 업계의 주요 연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광산을 단순 재활용이 아닌 '자원 순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자원 전문 연구원은
광산 개발에 10~20년이 걸리는 것과 달리
도시광산은 즉각적인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기차 보급 확대로 폐배터리 물량이 급증하면 도시광산 원료 공급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 이후에는 연간 수백만 톤의 폐배터리가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선점하는 기업이 희귀금속 공급망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