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방한객 역대 최대…조선·항만 산업재 수요 주목

지난 5월 크루즈 선박을 이용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약 40%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크루즈 시장이 완전히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지표다.
전체 크루즈 방한객의 절반가량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집계됐다. 중국 본토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노선이 한국 기항지를 경유하는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제주도와 부산·인천 등 주요 항만이 최대 수혜지로 부상하고 있다.
크루즈 산업의 성장은 단순 관광 수익을 넘어 항만 인프라, 조선 기자재, 산업용 설비 등 산업재 전반에 걸친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크루즈 선박 한 척이 기항할 때마다 연료·식자재·소모품·유지보수 등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형 크루즈 선박의 국내 기항 증가는 조선 기자재 및 항만 하역 장비 수요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기항 크루즈 선박의 정비·수리(MRO) 수요를 잡기 위한 항만 서비스 기업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부산항 크루즈 입항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으며, 이에 따른 항만 서비스 수익도 약 1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 강정항과 인천항도 크루즈 전용 터미널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크루즈 시장 성장은 국내 조선업계에도 직접적인 수혜 요인"이라며 "LNG 추진 크루즈선 등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면서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수주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크루즈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국제크루즈협회(CLIA)는 2025년 전 세계 크루즈 승객 수가 3,500만 명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크루즈 선사인 카니발, 로얄캐리비안, MSC 등은 신규 선박 발주를 대폭 늘리고 있다.
크루즈 선박 1척 건조에 필요한 강재, 특수 합금, 도장재, 전력·냉난방 시스템 등 산업재 소요량은 상선 대비 훨씬 크다. 특히 고급 내장재, 해수 담수화 설비, 고효율 엔진 등 고부가 기자재 수요가 집중된다.
국내 조선 기자재 업체들도 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HD현대의 기자재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 STX엔진 등은 크루즈 전용 엔진 및 보조 기자재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중소 기자재 기업들도 크루즈 전문 인증 획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항만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5~2030년 크루즈 전용 터미널 현대화에 총 8,000억 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는 관련 건설·설비 산업재 수요로 직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크루즈 산업을 '움직이는 리조트 경제'로 정의하며, 조선·항만·관광·서비스업이 연계된 복합 산업 생태계 형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기업들이 크루즈 전문 산업재 공급망에 조기 진입할수록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아시아 크루즈 시장은 중국·일본·동남아시아 출발 노선을 중심으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동북아 크루즈 허브로 자리 잡을 경우, 항만 및 조선 산업재 분야에서의 수혜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