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익산, 반도체 소재 클러스터 본격 시동

전북특별자치도와 익산시가 반도체 소재 산업의 지역 거점화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북도는 최근 도내 반도체 소재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역 내 공급망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익산시도 별도로 반도체 소재 기업 대상 간담회를 열고 시 차원의 지원책 확대 방침을 밝혔다. 익산은 이미 화학·소재 기업들이 집적된 국가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어, 반도체 소재 전환 기업들의 입지 조건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시 관계자는 '기존 화학 산업 인프라를 반도체 소재 분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지역의 반도체 소재 관련 기업 수는 현재 약 30여 개로, 포토레지스트 원료·특수가스·고순도 화학물질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다만 매출 규모는 대부분 중소·중견 수준에 머물러 있어, 대형 반도체 팹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특히 반도체 소재 분야 인력 수급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지역 소재 기업들은 고급 화학·재료 공학 인력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으며, 전북대·군산대 등 지역 대학과의 산학협력 프로그램 강화를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전북이 반도체 소재 클러스터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한 생산 거점을 넘어 R&D 기능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소재 업계 연구원은 '소재는 완성품과 달리 수요처(팹)와의 긴밀한 협력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인근에 앵커 팹이 없다면 R&D 센터라도 유치해 기술 협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반도체 소재 산업 육성을 위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전북도는 익산 국가산업단지 일원을 소부장 특화단지로 추가 지정받기 위한 신청 작업을 진행 중이며, 지정이 확정될 경우 세제 혜택과 R&D 자금 지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국내 반도체 소재 시장의 수도권 편중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소재 기업 매출의 80% 이상이 경기·충청권에 집중돼 있으며, 비수도권 기업들은 대형 팹과의 물리적 거리, 물류비 부담, 인력 부족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 기타큐슈, 독일 드레스덴 등 지방 도시가 반도체 소재 클러스터 모델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이들 지역은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인센티브와 지역 대학·연구소와의 산학연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재 기업들을 집적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북도는 이번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3분기 중 '전북형 반도체 소재 육성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로드맵에는 기업 유치 인센티브, 테스트베드 구축, 인력 양성 프로그램, R&D 펀드 조성 등 구체적인 실행 과제가 담길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전북-충청 반도체 소재 회랑(Corridor) 구축 구상도 논의되고 있다. 전북에서 생산한 소재 원료를 충청권 소재 기업이 가공해 삼성·SK 등 대형 팹에 공급하는 밸류체인을 완성함으로써, 수도권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균형 발전과 공급망 안정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북이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의미 있는 플레이어로 부상하려면 최소 5~10년의 투자와 인내가 필요하다'면서도 '지금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번 전북·익산의 움직임이 지역 반도체 소재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