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광산 희귀금속 재활용, 2차 공급망 핵심 축으로 성장

폐스마트폰·서버·전기차 부품 등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도시광산(Urban Mining) 기술이 글로벌 희귀금속 공급망 재편의 주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원산지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이미 사용된 제품에서 자원을 재순환시키는 도시광산의 전략적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글로벌 희귀금속 수요는 현재 대비 최대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신규 광산 개발 사이클은 평균 15~20년이 소요돼 공급 확대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도시광산에서 회수 가능한 주요 희귀금속으로는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계열과 텅스텐·몰리브덴·팔라듐·로듐 등이 있다. 특히 스마트폰 한 대에는 금 약 0.03g, 은 0.3g, 팔라듐 0.015g 등이 포함돼 있어, 대량 회수 시 경제성이 뚜렷하다.
국내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선별·정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습식 제련과 건식 제련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정으로 희귀금속 회수율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린 기술이 최근 시험 생산 단계에 진입했다.
민간 기업 측에서도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성일하이텍, 영풍, 고려아연 등 국내 비철금속 기업들은 도시광산 사업 부문을 확대하며 희귀금속 재활용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희귀금속 회수 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벨기에 우미코어(Umicore)와 독일 헤레우스(Heraeus)가 도시광산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손꼽힌다. 우미코어는 연간 처리 능력 100만 톤을 넘는 귀금속·특수금속 재활용 라인을 운영 중이며, 글로벌 반도체·전자 업체들과 장기 재활용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 EU는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2030년까지 전략 광물의 역내 재활용 비중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규정했다. 한국 정부도 '희귀금속 자원순환 촉진 로드맵'을 통해 도시광산 처리 능력을 2028년까지 현재의 3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도시광산은 단순히 폐기물을 처리하는 개념을 넘어 국가 전략 자원의 2차 공급망을 구성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지정학 리스크로 1차 원산지 조달이 불안정해질수록 도시광산의 공급 안정화 기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도시광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웨이퍼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텅스텐 타깃재, 디스플레이 패널에 쓰이는 인듐, 산화막 공정의 루테늄 등 고가 소재의 재활용을 통해 원가 절감 효과를 노리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 글로벌 도시광산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40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7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도 연평균 1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에는 3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술 과제로는 복합 소재 분리 효율 향상과 미량 희귀금속의 경제적 회수 기술 개발이 남아 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는 갈륨·게르마늄 계열 화합물의 재활용 기술 개발이 국내외 연구 기관의 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 도시광산 기업들은 ESG 경영 트렌드와도 결을 같이하며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희귀금속 재활용을 통한 탄소 저감 효과와 순환경제 기여도가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최근 1년간 평균 3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업계 전문가는 '도시광산 기술의 경제성이 확보되고 정책 지원이 강화되면서, 향후 10년 내 주요 희귀금속의 재활용 비중이 신규 채굴 비중을 넘어설 수 있다'며 '자원 순환 생태계 구축이 희귀금속 공급망 안보의 가장 현실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