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필수 소재 '헬륨' 수출 전격 금지…즉시 발효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관세청)는 7월 10일 헬륨에 대한 임시 수출 금지 조치를 공고와 동시에 즉각 발효했다. 중국 대외무역법 관련 규정에 근거한 조치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행 배경과 적용 기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헬륨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냉각제·캐리어 가스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전략 소재다. 이온주입, 식각, 리소그래피 등 핵심 공정에서 불순물 차단과 장비 냉각을 담당하며, 물리적 특성상 대체재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필수 원소로 꼽힌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2023년), 흑연 수출 규제(2023년 말), 텅스텐·인듐 수출 통제(2025년)에 이은 연쇄적 희소소재 카드 사용으로 풀이된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될수록 중국은 핵심 원소 수출 규제를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한국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정부 당국은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업계에서는 단기 재고 경쟁과 중장기 수급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헬륨 수요를 단기간에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공정용 헬륨을 미국·카타르 등에서 주로 조달해왔으나, 중국발 물량이 일부 포함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2~3개월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즉각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낮지만,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대체 조달선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다.
헬륨의 주요 생산국은 미국·카타르·러시아·알제리 등이며 중국은 주요 산지가 아님에도 수입·가공 후 재수출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조치로 중국발 물량이 차단되면 글로벌 조달 경로 재편이 불가피하며, 특히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의 물류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는 헬륨 대체 가스 연구를 이어왔으나 실용화까지는 수년이 필요한 상황이다. 네온·아르곤 등 불활성 가스가 일부 공정에서 부분 대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극저온 냉각이 필요한 공정에서는 헬륨의 물리적 특성을 온전히 대체할 원소가 현재 없다.
국제 헬륨 현물 가격은 이번 조치 직후 급등세를 나타냈다. 헬륨 스팟 시장은 규모가 작아 수급 충격이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스팟 가격이 발표 이후 빠르게 오른 사례가 있다고 전했으며, 일부 소형 반도체 업체는 비상 구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비축량 점검과 함께 미국·카타르 등 대체 공급처와의 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세계 최대 헬륨 생산국으로, 한미 반도체 공급망 협력 채널이 헬륨 수급 안정화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인텔·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 거점들도 헬륨 수급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 헬륨 생산업체들과 긴급 공급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EU도 반도체 공급망 회원국 간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헬륨 수출 금지가 '임시' 조치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갈륨·게르마늄 조치처럼 외교·통상 협상 과정에서 카드로 활용된 뒤 해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조치 해제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중장기 대응 계획 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소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반도체 공정 소재의 지정학적 위험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특정 원소에 대한 단일 공급원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분산 전략과 함께, 정부 차원의 전략 비축 확대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