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글로벌 후공정 강자 앰코에 반도체 스트리퍼 첫 공급

LG화학이 세계 2위 반도체 후공정(OSAT) 전문기업 앰코 테크놀로지(Amkor Technology)에 반도체용 스트리퍼를 처음으로 양산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화학기업이 글로벌 후공정 핵심 소재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스트리퍼(Stripper)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레지스트(감광액) 및 각종 유기 잔류물을 제거하는 화학 소재다. 공정 수율과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첨단 패키징이 복잡해질수록 고순도·고선택성 스트리퍼에 대한 수요가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앰코는 인텔·퀄컴·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의 칩 패키징을 수행하는 OSAT 업계 2위 기업이다. 한국·말레이시아·베트남·포르투갈 등 전 세계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LG화학의 이번 공급은 단일 고객사를 넘어 글로벌 후공정 소재 공급망에 이름을 올리는 발판이 된다.
LG화학은 이번 양산 공급을 위해 수년간 앰코와 소재 개발 협력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소재가 대형 OSAT 기업의 공정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품질 인증과 장기간의 신뢰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이번 공급 개시 자체가 LG화학의 반도체 소재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LG화학의 반도체 소재 사업은 최근 전자재료 부문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존 강점인 양극재·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와 함께, 반도체 공정 소재 라인업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트리퍼를 시작으로 CMP 슬러리, 특수 세정액 등으로 품목을 넓혀갈 계획이다.
후공정 소재 시장은 전공정 소재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으나 최근 첨단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그 중요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CoWoS, HBM 스택, 팬아웃 패널 등 고난도 패키징 기술이 확산될수록 고품질 후공정 소재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글로벌 후공정 소재 시장은 현재 일본·미국·독일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도쿄일렉트론(TEL)·에어프로덕츠·메르크 등이 주요 공급사로, LG화학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과 국내 생산 기반의 빠른 납기·커스터마이제이션 역량을 앞세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앰코의 경우 한국 내 공장(인천·경기)을 운영하고 있어 LG화학과의 협력에서 물류·기술 지원 면에서의 시너지가 크다. 국내 생산 거점 간 직접 소재 공급이 가능하면 납기 리드타임 단축과 재고 부담 감소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급 개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외에 해외 고객사로의 판로 확장이라는 의미도 크다. 국내 공급 위주에서 탈피해 글로벌 OSAT·파운드리 기업들을 직접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은 LG화학 반도체 소재 사업의 중장기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전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LG화학의 앰코 공급 개시가 향후 TSMC·ASE·JCET 등 다른 글로벌 OSAT 기업으로의 공급 확대를 위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후공정 소재 시장에서 '글로벌 OSAT 인증 실적'은 신규 고객 영업의 핵심 신뢰 지표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반도체 소재 부문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대전 기술연구원에 반도체 소재 전담 연구팀을 증원하고, 공정 시뮬레이션 및 소재 분석 장비를 확충하는 인프라 투자가 병행되고 있다. 단기 수익보다 기술 역량 축적을 우선하는 장기 투자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이번 행보가 국내 대기업 화학사들의 반도체 소재 본격 진출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롯데케미칼, SK머티리얼즈 등 화학·소재 대기업들도 반도체 공정 소재 사업 확장 검토에 나서고 있어, 국내 반도체 소재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