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메모리 굴기 CXMT, 13조 실탄…韓 소재 공급망 변수

중국 최대 DRAM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약 13조 원(1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CXMT의 이번 투자는 단순한 생산 능력 확대를 넘어 첨단 메모리 개발로의 도약을 노린 전략적 베팅으로 평가된다.
CXMT는 현재 19나노미터(nm)급 DDR4 DRAM을 양산하고 있으며, 이번 투자를 통해 17나노미터 이하 공정으로의 전환을 목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RAM 시장 점유율은 현재 약 5%에 불과하지만, 2028년까지 15%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은 국가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명시했다. 의원들은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명단이나 상무부 엔티티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로부터 미국 기업이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추가 규제를 요청하고 있어, 규제 강화 여부가 CXMT의 성장 경로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CXMT의 부상이 국내 반도체 소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양면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가격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어 소재 납품 단가 압박이 우려된다. 반면 중국이 자국 메모리 생산을 위한 소재 공급망을 자체 구축하려는 과정에서 한국 소재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소재 업계 관계자는 'CXMT가 급성장하더라도 핵심 반도체 소재의 기술 장벽은 쉽게 넘을 수 없다'며 '고순도 포토레지스트, CMP 슬러리, 특수 세정액 등은 여전히 한국과 일본 기업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공급망에서 배제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는 CXMT의 성장 속도를 제한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다.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공급이 차단된 상황에서 CXMT는 구형 장비를 중복 활용하거나 중국산 장비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정 효율성과 수율 측면에서 명확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으나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와 정치적 판단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내 여론은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어 CXMT의 서방 시장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CXMT의 부상이 단기 리스크보다는 중장기 구도 변화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범용 DRAM에서의 경쟁 심화를 일정 부분 희석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재 공급망 측면에서는 CXMT의 성장이 메모리 소재 전반의 수요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글로벌 DRAM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포토레지스트, 특수 가스, 전구체(precursor) 등 핵심 소재의 총수요가 늘어난다. 한국 소재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 중국 시장 확대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규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국내 소재 기업들은 공급 다변화 전략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유럽·동남아 시장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판매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인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CXMT발 메모리 시장 재편이 2027년을 전후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시기까지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두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기술 혁신과 공급망 다변화가 한국 반도체 소재 산업의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