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산화물 반도체 결함 원리 세계 최초 규명…OLED 소재 혁신 기대

UNIST(울산과학기술원)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정창욱 교수팀이 스마트폰, OLED TV 등 디스플레이 핵심 소자인 산화물 반도체 내부의 '산소 빈자리(oxygen vacancy) 결함'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론 계산을 통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결함은 그동안 디스플레이 성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나 정확한 메커니즘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산화물 반도체는 인듐(In), 갈륨(Ga), 아연(Zn) 등의 산화물을 조합해 만든 박막 트랜지스터(TFT) 소재로, OLED·LCD 디스플레이의 화소 제어에 핵심적으로 사용된다. 이 소재는 기존 비정질 실리콘 대비 전자 이동도가 높고 투명성이 우수해 첨단 디스플레이의 표준 소재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는 산소 빈자리 결함이 전기적 특성 저하와 아이폰·스마트폰 화면의 버벅임 현상을 유발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작동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증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정창욱 교수팀은 제1원리 계산(First-principles calculation)이라는 양자역학적 이론 계산 방법을 활용해 이를 세계 최초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산소 빈자리 결함이 주변 전자 구조를 왜곡시켜 전하 트랩을 유발하고, 이것이 누설 전류와 화소 불량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규명했다.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결함 발생을 억제하는 새로운 소재 조성이나 공정 조건 최적화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동국대·고려대 연구팀도 최근 OLED 소재의 열화(degradation) 원인을 실시간으로 규명할 수 있는 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플랫폼은 OLED 발광층 내 엑시톤(exciton) 산란 현상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수명 저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으며, 새로운 소재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연구 성과들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패널 업체들의 차세대 OLED 소재 개발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8세대 갤럭시 Z 시리즈 전 모델에 차세대 OLED 패널을 공급하며 소재 혁신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산화물 반도체 결함 원리 규명은 단순히 디스플레이 개선을 넘어 광범위한 반도체 소재 연구에도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산화물 반도체는 디스플레이 외에도 투명 트랜지스터, 웨어러블 전자 기기, 차세대 메모리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동국대 류승윤 교수팀이 개발한 열화 분석 플랫폼은 OLED뿐 아니라 양자점 발광다이오드(QD-LED), 페로브스카이트 LED 등 차세대 광전소자의 열화 메커니즘 분석에도 적용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이를 통해 광전소자 소재 전반의 신뢰성 검증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재 기업들은 이번 연구 성과를 자사 OLED 소재 포트폴리오에 접목하기 위한 산학협력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녹스첨단소재, 덕산네오룩스, 솔루스첨단소재 등 OLED 소재 전문 기업들이 차세대 발광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기초 연구 성과와의 연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 측면에서도 이번 성과는 의미가 크다. 일본의 샤프, 재팬디스플레이(JDI) 등과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산화물 반도체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한국 기초과학 연구가 원리 규명에 있어 선도적 성과를 냈다는 점은 국내 소재·장비 업계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결함 밀도를 획기적으로 낮춘 차세대 산화물 반도체 소재 조성을 추가 연구 과제로 설정했다. 향후 2~3년 내에 상용 소재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결함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정창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산화물 반도체 소재의 근본적인 물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며 '이론적 규명을 토대로 실제 소재 설계에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 연구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학계와 업계 모두에서 이번 성과가 디스플레이·반도체 소재 혁신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