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듐배터리 소재 동맹 출범…K-배터리 밸류체인 재편

에코프로비엠, 애경케미칼, 솔브레인 세 기업이 소듐이온배터리(NIB) 핵심 소재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듐배터리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을 아우르는 통합 소재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평가받는다.
협약의 구체적인 역할 분담은 명확하다. 에코프로비엠은 소듐이온배터리용 양극재 개발과 양산 기술 확보를 담당한다. 솔브레인은 전해액 부문을, 애경케미칼은 하드카본(HC) 음극재 개발을 각각 맡는다. 세 소재를 최적으로 조합해 성능을 극대화하고 고객사 대상 공동 영업에도 나선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4년간 자체 연구를 통해 소듐이온 양극재 분야에서 연산 1000톤 규모의 파일럿 생산 라인을 이미 확보했다. 중국 경쟁사와 비교해도 우수한 성능 수준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내부적으로 받고 있으나,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해액과 음극재의 동반 최적화가 필수적이었다.
소듐이온배터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재료 측면에서의 자립 가능성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등 특정 지역에 편중된 자원에 의존하는 반면, 소듐이온배터리는 소금(NaCl)에서 추출 가능한 소듐을 사용해 원재료 공급망 리스크가 훨씬 낮다.
성능 면에서도 소듐이온배터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는 리튬이온 대비 아직 낮지만, 저온 성능과 급속충전 특성에서 강점을 보인다. 영하 20도 환경에서도 용량 유지율이 80% 이상으로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우수한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전망도 밝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과 전동킥보드, 전동자전거, 저속 전기차 등 에너지 밀도보다 가격이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소듐이온배터리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소듐이온배터리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이미 소듐이온배터리 상용화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대기업들이 2023년부터 소듐이온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으며, 중국 내 소듐이온배터리 생산 능력은 2025년 기준 연간 50GWh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이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소재 공급망의 통합적 구축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솔루스첨단소재 등 국내 소재 기업들도 소듐이온배터리 소재 개발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생태계 확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듐이온배터리는 단순히 리튬이온의 대체재가 아니라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한국이 소재 경쟁력을 갖추면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새로운 수출 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3사 연합이 성공하려면 소재 간 조합 최적화, 즉 '케미스트리 매칭'이 핵심 과제다. 동일 소재라도 제조사에 따라 조합 시 성능 차이가 크게 나는 배터리 특성상, 세 기업이 공동으로 최적화 실험을 반복하는 것이 상용화의 관건이다.
정부 지원도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차세대 배터리 소재 국산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어, 소듐이온배터리 소재 개발에 대한 R&D 지원 및 실증 인프라 구축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협약은 K-배터리 소재 산업이 리튬이온 중심에서 다양화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소부장 업계 입장에서는 소듐이온배터리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며, 특히 하드카본 음극재와 소듐계 전해액 분야의 소재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