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양광 출혈경쟁 심화…소재 공급망 재편 압박

중국 태양광 업계가 극심한 출혈 경쟁의 늪에 빠졌다.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 지속되면서 주요 태양광 업체들의 상반기 누적 적자가 3조 6000억 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배터리 업종에서도 유사한 제살 깎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중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앞세워 수년간 대규모 보조금으로 키운 과잉 생산 능력이다. 현재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글로벌 수요의 3배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로 인해 모듈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는 구조적 적자 상태가 2024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일부 중국 업체들은 태양광 설비 투자를 전격 축소하고 기존 소재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결정질 실리콘 웨이퍼처럼 공급 과잉이 극심한 제품 라인을 줄이고, 페로브스카이트 등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R&D를 집중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중국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강력한 시장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7년부터 태양광 제조 기업의 최소 효율 기준과 재무 건전성 기준을 강화해 구조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판 '치킨게임' 종식을 위한 정부 개입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중국의 공급 과잉과 규제 변화는 한국 소재 기업들에게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산 저가 소재 유입으로 경쟁 압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여지가 생긴다.
한화솔루션과 OCI는 미국의 태양광 공급망 규제 강화를 기회로 활용하며 실적 회복에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와 수입 제한을 강화하면서, 비중국산 모듈과 소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OCI의 경우 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및 비중국 시장에서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 소재와 태양광 소재 두 분야에서 동시에 성장하는 구조를 구축하며 실적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또 다른 변수는 인도다. 인도 정부가 자국 태양광 제조 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산 제품에 기본 관세(BCD)를 부과하고 생산연계장려금(PLI) 제도를 운용하면서, 한국 소재 기업들의 인도 진출 기회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
중국 태양광 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폴리실리콘, EVA 필름, 백시트 등 태양광 핵심 소재의 글로벌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소재 기업들은 이 변동성을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헤징 전략과 공급 다변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의 공급 과잉 소재가 국내 시장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반덤핑 조사와 세이프가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소재 분야의 공정 경쟁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단기 충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의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소재 기업들은 이 전환기에 기술력과 품질로 차별화된 포지션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재 공급망 재편은 AI·반도체 분야의 핵심 광물 경쟁과 함께 2026년 글로벌 소재 산업의 핵심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한미 간 AI 플랫폼·공급망 협력, 한일 간 소재·부품 제조 AI 연계 등 다차원적인 글로벌 협력 구조 속에서 한국 소재 산업의 전략적 포지셔닝이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중국 태양광 출혈경쟁이 글로벌 소재 공급망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가격 경쟁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갖춘 소재 기업만이 재편 이후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한국 소부장 업계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