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밀화학, 2Q 영업익 619억…스페셜티 소재가 실적 이끌다

롯데정밀화학이 2026년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619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12% 급등한 수치로, 반도체 소재 산업 전반에 불고 있는 호황이 실적으로 직결된 결과다. 매출액 역시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번 실적 급등의 핵심 배경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Specialty) 소재 사업 부문의 약진이다. 스페셜티 소재란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고순도 화학물질로, 일반 범용 소재에 비해 단가와 기술 진입 장벽이 모두 높은 분야다. 글로벌 반도체 설비 투자 확대와 AI 가속기 수요 폭증이 맞물리면서 관련 소재 주문이 크게 늘었다.
구체적으로 롯데정밀화학의 암모니아·에폭시 수지 기반 소재와 함께 반도체 세정·식각 공정용 특수 화학소재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분기 스페셜티 소재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며, 이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들의 선단 공정 전환이 빨라지면서 고사양 소재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국내외 주요 반도체 제조사와의 장기 공급 계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재편 중이다.
롯데정밀화학의 이번 실적은 경쟁사 대비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반도체 소재 업종에서 솔브레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이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롯데정밀화학의 612% 성장률은 단연 업종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범용 화학 사업 비중이 높았던 롯데정밀화학이 사실상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키움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실적 성장에 주목해야 할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솔브레인에 대해서는 목표주가를 44만 원으로 제시하며 반도체 소재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강조했다. 이 같은 업종 전반의 긍정적 흐름이 롯데정밀화학에도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측면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장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급증이 반도체 소재 시장을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후지필름, 쇼와전공 등 일본계 글로벌 소재 기업들도 AI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요 강세를 공언한 바 있어, 한국 소재 업체들에도 구조적 호황 국면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소재 생태계 측면에서도 롯데정밀화학의 성장세는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팹(반도체 제조 공장)의 소재 국산화율 제고 방침과 맞물려, 국내 소재 기업들의 공급 물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구조가 확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입 의존도 감소와 공급망 안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정부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전략 과제로 삼고, 관련 기업들에 대한 세액공제 및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연계해 소재 기업들의 근거리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집중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롯데정밀화학의 실적 모멘텀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계의 설비 투자(CAPEX) 사이클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소재 수요는 통상 설비 투자보다 6~9개월 후행하는 특성이 있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호실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원재료 가격 변동성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정밀화학의 주요 원료인 암모니아와 각종 화학물질 가격은 국제 에너지 가격 및 공급망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크다. 최근 국제유가 반등 흐름이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마진율 방어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중장기적으로 전자재료 포트폴리오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차세대 포토레지스트(빛을 이용해 회로를 새기는 감광재료), 고순도 전구체 등 초고부가 소재 라인업을 확충하고,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롯데정밀화학이 향후 수년 내 국내 소재 업체 상위권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