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3D D램 로드맵 공개…소재·장비 판도 재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병목 해소를 위한 3D D램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며 수직 채널 방식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했다. EE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은 차세대 zHBM 및 zNAND-O를 통해 현행 HBM5 대비 8배 성능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AI 메모리 한계 극복에 정면 승부를 걸고 있다.
3D D램은 기존 평면(2D) 구조의 D램 셀을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NAND 플래시에서 이미 상용화된 3D 적층 기술을 D램에 응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칩 면적당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도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어 AI 추론·학습 서버의 대역폭 수요를 충족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3D D램 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증착(CVD·ALD), 식각(건식·습식), CMP(화학기계 연마), 본딩, 계측 등 공정 전반에 걸쳐 소재·장비의 구조적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기존 미세화 공정에 최적화된 소재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들은 신기술 대응 역량을 빠르게 갖춰야 한다.
소재 측면에서는 수직 구조 내 절연막과 전도막의 균일한 증착을 위한 고순도 전구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3D 적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응력을 제어하기 위한 신규 소재와, 초미세 패턴 형성을 위한 고선택비 식각액 개발도 병행돼야 한다.
국내 기업들 중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이미 고난도 습식 식각 시장에서 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으며, 코이즈는 SOC(스핀온카본) 전구체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3D 구조 전환 수혜를 노리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스페셜티 소재 라인업도 3D D램 공정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경기도의회 방성환 대표의원은 'AI와 반도체 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만 성장하면 한계가 있다'며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3D D램이라는 기술 전환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소부장 기업에게도 결정적 기회임을 시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AI 인프라 수요 폭증과 첨단 로직·메모리 공급 부족이 맞물리며 유례없는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맥클린 리포트(2026년 6월)는 2분기 반도체 시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공급 제약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3D D램 전환은 장비 업체들에게도 대규모 수주 기회를 열어준다. 수직 채널 구조 형성에는 고종횡비(high aspect ratio) 식각 장비와 원자층 증착(ALD) 장비 수요가 특히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이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고객사 인증을 서두르고 있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3D D램에 투입되는 특수 소재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전북·구미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과 소부장 펀드 조성을 통해 국내 밸류체인 자립도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 반도체 소재 업계 관계자는 '3D D램이 양산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리겠지만, 선행 소재 개발과 고객사 테스트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며 '타이밍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 시사점으로는 3D D램 전환 수혜가 기대되는 전구체·식각액·CMP슬러리 분야 소재 기업과 ALD·고종횡비 식각 장비 기업들이 중장기 성장주로 부각된다. 다만 양산 일정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실적 반영 시점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