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중국 로팔테크서 LFP 양극재 5.7조 계약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배터리 소재 상장사 로팔테크(Lopal Tech, 龍蟠科技)로부터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3년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연간 최대 90억 위안(약 1조9000억 원), 총 270억 위안(약 5조7000억 원)에 달해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에서 단일 해외 조달 계약으로는 대규모 사례에 속한다.
계약 기간은 2026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3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LFP 양극재 조달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있다. ESS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설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LFP 배터리는 안전성과 비용 경쟁력을 이유로 ESS 분야의 표준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로팔테크는 LFP 양극재 분야에서 BYD, 드라이브넥 등과 함께 중국 상위권 공급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는 연간 생산 능력이 수십만 톤 규모에 달하며,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 면에서 글로벌 배터리사의 조달 1순위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국내 LFP 양극재 공급망 측면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국내 배터리 기업에 19만 톤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이미 체결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산 조달을 병행하는 것은 단일 공급처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비용 최적화를 위한 이원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LFP 양극재는 철·인·리튬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 민감도가 높다'며 '중국 현지 생산 업체와의 직접 계약이 원가 경쟁력 확보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산 소재 의존도 확대가 공급망 취약성을 높인다는 우려도 병존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LFP 배터리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유럽의 그리드 규모 에너지저장 프로젝트가 확대되면서 LFP 양극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해외우려기업(FEOC) 조항에 따르면 중국산 소재를 사용한 배터리는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IRA 대상 프로젝트와 비IRA 프로젝트의 소재 조달을 어떻게 구분할지가 향후 공급망 관리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 LFP 양극재 자체 생산 능력 확충도 병행 과제다. 포스코퓨처엠 외에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소재사들이 LFP 양극재 라인업 구축을 검토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국산 조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급망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 측면에서는 LFP 양극재 현물 가격이 올해 상반기 약세를 보였으나, 하반기 ESS 프로젝트 발주 집중 효과로 가격 반등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중국 내 LFP 생산업체 간 출혈 경쟁이 완화될 경우 가격 안정화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이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사업 확장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한다. 5조 원을 넘는 장기 구매 계약은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본격 규모화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배터리 셀 이외의 소재·시스템 밸류체인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LFP 양극재 관련 국내외 소재사의 수혜 강도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 비중국 공급망 구축 수혜를 받는 포스코퓨처엠과 중국 직접 조달 계약 체결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 간의 전략 차이가 향후 실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